인구 역피라미드 시대
⑧청년과 여성을 춤추게 하라
⑧청년과 여성을 춤추게 하라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
약 50년 뒤인 2065년에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 10명 중 4명꼴로 많아진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를 보면, 65살 이상 인구 비중은 지난해 12.8%에서 2065년에는 42.5%(중위 가정)로 높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1위다. 지난해만 해도 멕시코와 터키, 이스라엘, 칠레에 이어 다섯번째로 노인 비중이 작은 편이었다.
저출산과 기대수명 증가로 한국의 인구구조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1965년엔 유소년층(0~14살)이 두터운 정상적인 피라미드 형태였지만 지난해엔 30~50대가 많은 항아리형으로, 2065년에는 역삼각형 구조로 바뀐다. 생산가능인구(15~64살) 비중은 지난해엔 74.3%로 오이시디 국가 중 가장 높았지만, 2065년(47.9%)엔 꼴찌가 된다.
전문가들은 2032년부터 시작될 총인구 감소보다는, 노동력이 줄고 부양부담은 커지는 인구 구성비의 급격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종전처럼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정책을 나열하기보다는 20~30년 후를 내다보는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인구정책의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진다.
■ 적정인구란?…인구수보다 구성비가 중요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31년 5296만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2032년부터 줄어든다. 2065년이 되면 4302만명, 2115년에는 2581만명으로 반토막이 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적정인구는 몇명일까?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공론화가 된 적이 없는데다, 정부도 2020년 출산율 목표를 1.5명으로 제시했을 뿐 적정인구에 대해서는 밝힌 적이 없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1년에 2010~2080년의 적정인구를 추계한 바 있다. 보사연은 장기적으로 3% 성장률을 유지하고 2021년부터 통합재정수지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적정인구로 가정해, 2030~2050년까지 5천만명, 2060년 4700만명, 2080년 4300만명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런 적정인구가 실현되려면 출산율이 2045년 1.8명까지 올라간 뒤 계속 유지돼야 한다. 실제 통계청 추계에 견주면, 2060년 기준으로 적정인구에 도달하려면 222만명 정도가 부족하다.
인구를 현재 수준인 5천만명 안팎으로 유지하는 데 집착하지 말고 4300만명 수준만 지키면 된다는 견해도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IT금융경영학)는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 과잉경쟁 등을 고려할 때 1980년대 후반 인구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현재 수준인 출생아 수 40만명대를 유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적정인구가 몇명인지보다는 인구 피라미드의 변화 속도에 주목하라는 견해가 좀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몇명의 인구가 필요하다는 절대적 개념의 적정인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출산력은 큰 변화를 거친 시점들이 있기 때문에 아무런 적응력을 갖추지 못한 채 급격한 인구구조 변동을 경험할 수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65년 인구 10명 중 4명이 노인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OECD꼴찌 학력인구 감소 대응이 출발점
지역·학교별 맞춤형 교육 필요
일자리 확충·재교육 정책 통해
노인·여성·장애인 고용도 늘려야 저출산은 청년고용 안정이 급선무
성차별 없애고 남성육아 장려를 ■ 인구변동 대응전략은?…교육·고용 우선 대응 필요 이미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동은 ‘학령인구(6~21살) 감소’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올해도 연간 출생아 수가 41만명 수준으로 추정되는 등 앞으로도 출생아 수 감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는 지난해 892만명에서 2025년 708만명으로, 향후 10년간 184만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당장 가시화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학교 통폐합으로만 극복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구조조정에만 매달리게 되면 지방은 인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며 “지역적 특성이나 학교 형태 등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의 가장 큰 영향인 생산인구 감소에 대해서도, 이를 만회하기 위한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은 “고령자와 여성, 장애인 등의 고용률을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특히 건강수명을 높이고 재교육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려, 고령자에게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간연구재단 여시재의 이명호 선임 연구위원은 “전체 연령대 중에서 경제활동 가능 연령을 늘리는 등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며 “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 대책과 인구정책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좀더 근원적으로 인구정책의 목표를 삶의 질 향상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글로벌사회적경제학)는 “과거 고성장을 전제로 했던 사회구조를 서둘러 손보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연애·결혼·출산을 미루는 청년세대의 ‘조용한 복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 구조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설령 이민자를 대거 들여와서 인구부족에 대응하더라도 결국 같은 문제에 봉착하고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저출산 해법은?…안정적 주거·일자리로 지난 10년간 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정부의 저출산 해법도 출산을 가로막는 사회환경을 바꾸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출산율 수치를 끌어올리려고 집착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을 환영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구조가 완전히 다시 짜이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성공회대 교수는 “저출산은 ‘국가의 배신’과 ‘개인의 저항’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청년층이 불안정한 일자리와 저임금으로 인해 개인의 노동으로 한 가족의 생존이 어렵게 되면서 가족 공동체를 포기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며 “안정적 주거와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한 가정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녀 간 가사·육아 분담이나 일·가정 양립에 대해서도 종전보다 파격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이를 더 많이 낳게 하려면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 노동시간을 돌봄시간과 맞추는 식으로 바꾸고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수립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이강호 인구정책관은 “청년층 일자리와 주거지원 등 구조적 대책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 강화를 비롯해 일·가정 양립 대책을 좀더 촘촘하게 보완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은 국책연구기관 한두곳의 몇몇 연구원을 통해 나온 단편적 연구결과에 기반해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인구정책의 밑그림이 없었다”며 “기존 정책의 단순한 수정을 통한 대응이 아닌 정치·사회·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변혁을 통해 적응해야 하는 거대한 환경변화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구구조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늦어질수록 그에 따른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보연 김경욱 기자 whynot@hani.co.kr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OECD꼴찌 학력인구 감소 대응이 출발점
지역·학교별 맞춤형 교육 필요
일자리 확충·재교육 정책 통해
노인·여성·장애인 고용도 늘려야 저출산은 청년고용 안정이 급선무
성차별 없애고 남성육아 장려를 ■ 인구변동 대응전략은?…교육·고용 우선 대응 필요 이미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동은 ‘학령인구(6~21살) 감소’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올해도 연간 출생아 수가 41만명 수준으로 추정되는 등 앞으로도 출생아 수 감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는 지난해 892만명에서 2025년 708만명으로, 향후 10년간 184만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당장 가시화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학교 통폐합으로만 극복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구조조정에만 매달리게 되면 지방은 인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며 “지역적 특성이나 학교 형태 등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의 가장 큰 영향인 생산인구 감소에 대해서도, 이를 만회하기 위한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은 “고령자와 여성, 장애인 등의 고용률을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특히 건강수명을 높이고 재교육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려, 고령자에게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간연구재단 여시재의 이명호 선임 연구위원은 “전체 연령대 중에서 경제활동 가능 연령을 늘리는 등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며 “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 대책과 인구정책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좀더 근원적으로 인구정책의 목표를 삶의 질 향상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글로벌사회적경제학)는 “과거 고성장을 전제로 했던 사회구조를 서둘러 손보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연애·결혼·출산을 미루는 청년세대의 ‘조용한 복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 구조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설령 이민자를 대거 들여와서 인구부족에 대응하더라도 결국 같은 문제에 봉착하고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저출산 해법은?…안정적 주거·일자리로 지난 10년간 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정부의 저출산 해법도 출산을 가로막는 사회환경을 바꾸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출산율 수치를 끌어올리려고 집착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을 환영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구조가 완전히 다시 짜이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성공회대 교수는 “저출산은 ‘국가의 배신’과 ‘개인의 저항’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청년층이 불안정한 일자리와 저임금으로 인해 개인의 노동으로 한 가족의 생존이 어렵게 되면서 가족 공동체를 포기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며 “안정적 주거와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한 가정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녀 간 가사·육아 분담이나 일·가정 양립에 대해서도 종전보다 파격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이를 더 많이 낳게 하려면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 노동시간을 돌봄시간과 맞추는 식으로 바꾸고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수립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이강호 인구정책관은 “청년층 일자리와 주거지원 등 구조적 대책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 강화를 비롯해 일·가정 양립 대책을 좀더 촘촘하게 보완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은 국책연구기관 한두곳의 몇몇 연구원을 통해 나온 단편적 연구결과에 기반해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인구정책의 밑그림이 없었다”며 “기존 정책의 단순한 수정을 통한 대응이 아닌 정치·사회·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변혁을 통해 적응해야 하는 거대한 환경변화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구구조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늦어질수록 그에 따른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보연 김경욱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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