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인해 ‘부부관계’의 수명도 덩달아 길어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경우, 자녀 독립 이후 부부만 같이 사는 기간이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14배가량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60대 이상 부부 가구는 169만3925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고령 부부 가구는 2000년에는 85만1104가구, 2010년에는 141만425가구로 큰 폭으로 늘어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은 올해 61살이다. 거대 인구 규모 집단인 베이비붐 세대가 차례로 60대로 진입하게 되면, 고령 부부 가구는 훨씬 더 많아진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2010년 총조사 기준)에 따르면 2035년에 고령 부부 가구는 366만512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100살 이상 부부도 1028쌍이나 된다. 지난해 전체 부부 가구 중 60대 이상 부부 가구 비중은 56.8%였지만 2035년이 되면 72.4%로 높아진다.
한경혜 서울대 교수(생활과학대)가 2011년에 ‘베이비부머 패널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출산기는 3.4년으로 그들의 부모 세대(1955~1964년 결혼한 집단)의 9.1년보다 크게 단축됐다. 자녀출산기는 첫 자녀 출산부터 마지막 자녀 출산까지를 뜻한다. 또 자녀들이 독립하고 난 뒤 부부 중 한명이 사망할 때까지의 기간인 ‘빈둥우리기’도 부모 세대는 1.4년에 불과했지만 베이비붐 세대는 19.4년으로 길어졌다. 한 교수는 “소자녀 출산 및 평균수명 증가로 가족생활주기에 큰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부로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50대 초반에 은퇴할 경우엔 부부가 함께 지내는 기간이 은퇴 뒤에만 평균 30~40년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가사부담을 여성의 몫으로 돌리는 등 전통적 가부장제 부부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남성들이 많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이 새로운 가족 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의 ‘2016 고령자 통계’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고령자 만족도에서 남편의 만족도가 아내보다 약 8~12%포인트 더 높았다. 충북보건과학대 박보영 교수가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2년)에 참여한 65살 이상 노인 266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부부 가구의 남편에 견줘 아내의 스트레스가 3.21배 높게 나타났고 우울감도 아내가 1.75배 더 높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중도 부부가구의 남편보다 아내가 2.04배 높았다.
이른바 ‘졸혼’이란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말의 줄임말인 졸혼은 이혼은 하지 않으면서 부부가 각자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훨씬 일찍 진전된 일본에서 2004년에 나온 책 <졸혼을 권함>(스기야마 유미코)에서 전해졌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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