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간 처벌에 “누명 억울”
경찰 반감·피해망상 가진 듯
극단적 애국주의 성향도
경찰 반감·피해망상 가진 듯
극단적 애국주의 성향도
‘오패산 총기살해범’ 성아무개(46)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행 직전부터 상당 기간 범행를 암시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자신에게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식의 글을 자주 올렸다.
19일 성씨의 페이스북을 보면, 지난 11일 “앞으로 나는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부패 친일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경찰 총에 사살되던가 생포되더라도 평생 감옥 또는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경찰이 자신을 자극해 폭행을 유도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망상을 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엔 “경찰의 폭행사고 유도작전에서 내가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치면 체포작전에 협력하도록 사전 교육받은 주민들이 있는데 마지막까지 경찰에 충성하다 크게 다치거나 죽지말고 적당히 하시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나는 부패경찰, 친일경찰과 전쟁 중이니 이와 이해관계가 없는 주민들은 관여하지 마세요. 형사들은 민간인처럼 사복을 입고 있거나 배달원 등 상인을 가장하는 경우가 많아 급박한 상황에서는 형사인지 민간인인지 구분이 불가합니다. 그러니 내가 경찰과 충돌한 상황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형사 또는 경찰의 체포작전에 협력하는 하수인으로 판단하고 공격하게 될 것이니 이와 상관없는 주민은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길”이라고 적었다. 글에 총이 있다고 명시적으로 쓰지는 않았으나, 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씨는 자신이 처음으로 옥살이를 하게 된 2000년의 특수강간 범죄로 자신이 누명을 쓰게 됐다고 생각해 경찰들에게 반감을 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옥중에서 피해자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했다가 오히려 징역 8개월형을 추가로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과거 나에게 강간누명을 씌워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만든 전현직경찰들이 존재한다”며 “자신들의 실명과 비위행위가 페북에 공개되었으니 하루라도 그 페북계정을 없애고 싶은 것이 전현직 경찰들의 심리인 것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방법은 나를 암살하거나 유인수법으로 구속되게 만들거나 정신병원에 감금시키는 것이다”라고 썼다.
극단적인 애국주의적 성향과 함께 과대망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지진과 침략전쟁>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했다. 이 책은 임진왜란 등의 역사를 들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분쟁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이다. 그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부패친일경찰이 나에게 살인누명을 씌우려는 것은 평생 수감생활을 하게 만들려는 목적도 있지만 일부 국민들이 나를 영웅시 하는 풍조가 있기에 오원춘, 유영철 같은 흉악범으로 인식되길 바라는 것이다. 일본의 침략음모를 밝혀낸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희대의 살인범으로 기록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부패친일경찰” “매국노 경찰”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그는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에는 페이스북에 “내 전재산은 9493원이다. 40대 중반에 실업자에 가난뱅이, 거기다 국민왕따. 이정도면 실패한 인생의 전형적인 표본이다”라고 썼다. 이어 “청소년,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처럼 살면 종말에는 이렇게 국민왕따가 되어 자멸하게 되니 나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라고”라고 말했다. 그는 “혹시나 나에게 호감이 남아있는 여성분은 생각을 완전히 접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못생긴 남자는 용서받아도 가난한 남자는 여자로부터 용서 못받는다는 말이 있다. 남자에게 의지하며 살아야하는 여성들의 숙명을 생각하면 그 말은 진리다. 경제력이 있는 여성은 가치관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하여간 난 이제 틀렸다”고 썼다. 이어 “전 이제 며칠 밖에 시간이 안 남았으니 상처받지 마시고. 힘내라는 말도, 좀더 인내하면 좋은 날이 올거라는 말도 나에겐 의미 없으니…”라는 글을 올렸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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