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오패산 총격사건 범인 성아무개(46)씨가 나무로 만든 사제총. 사진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서울 시내에서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40대 남성이 경찰관 한 명에게 사제 총을 쏴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3일 안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거나 범행 현장 주변의 폐회로텔레비전의 위치와 개수를 적은 글을 올려놓기도 했다.
19일 오후 6시45분께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성아무개(46)씨가 서울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아무개(54) 경위에게 사제 총을 쏴 중상을 입힌 뒤 현장에 출동한 다른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김 경위는 곧바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1시간여 만에 숨졌다.
범인 성씨는 이에 앞서 다툼을 벌이던 시민 이아무개(67)씨에게 사제 총기를 발사하며 쫓아가 둔기로 폭행한 뒤 오패산 터널 쪽으로 달아났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순찰차에서 내리던 김 경위는 풀숲에 숨어 있던 성씨가 쏜 총에 맞고 쓰러졌다. 성씨가 쏜 총은 조잡한 수준의 사제 총기로, 총알은 실탄이 아닌 쇠구슬이라고 경찰이 확인했다. 하지만 이 쇠구슬이 김 경위의 왼쪽 어깨 뒤에 박혀 관통해, 이송 당시 이미 심폐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둔기를 맞은 뒤 병원에 이송된 이씨는 의식은 있는 상태이며, 또다른 시민 이아무개(71)씨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인은 뒤이어 현장에 도착한 다른 경찰의 총격을 받아 도주하다가 경찰과 일반 시민들에 의해 검거됐다. 경찰은 “주변에서 끊어진 전자발찌가 발견됐다. 용의자는 사제 총 16정과 사제 폭발물을 갖고 있었다. 총기 보유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범인은 방탄복으로 보이는 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경찰은 성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범인 성씨는 성폭행 혐의로 두차례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으며, 2012년 출소한 뒤 2년 전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해왔다. 그는 전자발찌 부착명령에 불복해 항고와 재항고를 내기도 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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