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남기대책위와 유가족 법률 대리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경찰서 부검 협의에 대한 유가족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경찰이 백남기 농민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 중 일부를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개하기로 한 부분은 이미 국회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라 ‘사실상 비공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0일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발부된 영장 중 법원이 내건 영장 집행의 제한사유(조건) 부분만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검영장은 판사 이름과 청구검사 이름, 유효기간 등이 기재된 첫번째 장과, 경찰이 작성한 청구 이유가 기재된 두번째 장, 법원의 제한사유가 적힌 세번째 장이 있는데, 이중 세번째 장만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번째 장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된 바 있다. 사실상 경찰이 새롭게 공개하는 내용은 없는 셈이다.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 쪽은 지난달 30일 영장 전문 공개를 경찰에 요청한 바 있다. 이들은 “영장 전문도 공개하지 못하면서, 유족에게 ‘긴밀한 협의를 하자’는 기만적 행태를 중단하기 바란다”며 경찰의 3차 부검 협의 제안도 거부했다.
경찰이 백 농민 물대포 피격 당시를 기록한 ‘상황보고’를 파기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상 파기해야 하는데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경비부서에서 가지고 있던 상황속보였다. 불법 관련 논쟁이 되는 부분을 입증하기 위해 법원에 특정 상황속보만 제출했던 것이다. 현재 법원에 제출된 부분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중총궐기 당시 서울청에서 작성한 상황속보 1~20보 중 백 농민 사망 전후 속보인 13~18보만 빠진 채 법원에 제출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른 사례를 봐도 경찰에선 상황속보를 폐기하지 않아 왔다. 백 농민 상황보고도 경찰에 불리한 내용이 있어 감추고 있을 뿐 전체가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파기해야 할 속보를 왜 파기하지 않았는지, 왜 일부만 파기했는지 서울청 당사자를 상대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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