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동의안했다고 병으로 사망?
자기 정당화 위해 유족탓 돌려”
승압제 사용 기록 등 공개하며
‘연명치료 계속’ 외압 의혹 제기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유족과 투쟁본부가 연 기자회견에서 김경일 신경외과 전문의(전 서울동부병원 원장·맨오른쪽)가 이날 공개된 고인의 사고 당일 서울대병원 응급실 CT 촬영 영상을 살펴보며 당시 이미 위중한 상태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백남기(69) 농민의 사인을 병사로 처리한 것은 ‘유족이 연명 치료에 반대해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밝힌 주치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의 설명에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의 부검 협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3일 저녁 유가족과 투쟁본부가 연 기자회견에서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백 교수 말대로 투석하면 더 살 수 있었겠지만 무한정 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보호자가 투석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병으로 사망했다며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고 자신의 정당화를 위해 유가족을 탓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쪽 기자회견은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의 브리핑이 끝난 직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백 농민의 딸 도라지씨는 “아버지는 평소에 혹시나 의식불명이 되거나 소생 가능성이 없다면 무의미한 치료는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해왔다”며 “의료진이 예상한 대로 수술을 하고, (신부전 같은) 증상 변화가 왔는데, 본인들이 예상해놓고 병사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유가족들이 백 농민 사망 전날인 24일에도 “승압제 사용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주치의가 아닌 신찬수 진료부원장이 25일에 “승압제를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진료기록을 공개했다. 그는 “가족들이 지난 7월과 9월 초 신부전 악화 당시부터 투석과 승압제 투여 등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았지만 병원 쪽에선 승압제 투여 등 연명 치료를 계속했다.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서 유가족과 투쟁본부 쪽은 "부검은 불필요하고 원하지 않는다. 검경은 강제 부검시도를 당장 철회하고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에 나서라"고 부검과 관련해 경찰과 협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부검 협의를 위한 대표 선정 및 협의 일시·장소를 4일까지 경찰에 통보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등기우편으로 백남기 투쟁본부에 발송한 바 있다.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