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제원기자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가 숨진 백남기(69) 농민의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6일 새벽 백씨의 시신 부검과 진료기록 확보를 위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에 적시된 압수·검증 대상 2가지 중 진료기록 부분은 받아들이고, 시신 부검 부분만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사망 원인이 밝혀졌거나 부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부검 필요성과 상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검영장이 기각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 후 진료기록 압수만 따로 집행하기보다는 시신 부검까지 포함해 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백씨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며 사망 당일인 25일 늦은 밤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 바로 법원에 청구했다. 백씨 유족과 대책위 등은 경찰 물대포에 의한 외상이 명백한 사인이므로 부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백남기 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시민, 학생, 국회의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경찰의 시신 압수영장 신청방침을 비판했다. 전날부터 빈소를 지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당연한 결과”라며 “참사 후 바로 뇌수술을 했고, 그 후로 300일 동안의 진료받은 기록과 의사 소견이 있으니 부검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병원과 대학로 주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지에 배치했던 45개중대, 약 3600명 병력 중 6개 중대, 약 450명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에 남기고 철수시켰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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