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69) 농민이 끝내 숨졌다. 국가의 공권력에 쓰러진 지 316일 만이다.
백씨를 치료해온 서울대병원은 25일 “백씨가 오후 1시58분께 급성 신부전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백씨는 총궐기 당일 저녁에 쓰러진 뒤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고 줄곧 의식을 잃은 채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왔다. 백씨의 장녀 도라지(35)씨와 부인 박경숙(63)씨 등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백씨는 총궐기대회 당일 대통령의 공약인 쌀값 21만원(한 가마니 80㎏)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다가 저녁 6시57분께 서울 종로구청 앞 사거리 차벽 앞에서 경찰이 쏜 살수차 직사포에 맞아 쓰러졌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백씨는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를 꾸리고 서울대병원 앞에서 장기농성을 이어왔다. 하지만 경찰은 물대포 살수와 백씨의 부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며 과잉진압을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백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 등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며 이날 밤늦게 백씨 시신에 대해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자정께 “사망한 농민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과 대책위는 백씨의 부검에 강력히 반대하며 주검을 지키기 위해 밤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니콜라 베클랭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장은 이날 긴급논평을 내 “대체로 평화로웠던 집회에서 백 농민 및 다른 집회 참가자들을 상대로 과도한 무력을 사용한 데 대해 (책임자들을)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이재욱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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