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 및 제124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0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얼매나 할머니들을 무시하면은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일본 정부랑 그렇게 (합의를) 할 수가 있습니까. 그 돈, 우리가 받을 줄 압니까. 아직까지 내가 안 죽고 살아있습니다. 힘냅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 할머니가 10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 모인 3000명(경찰추산 2300명)의 시민을 향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정부의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된 데 이어 전날 열린 한일 국장급 회담에서 이 재단 출연금 10억엔(107억원)의 사용 방향 등이 사실상 합의
(▶관련기사: 외교부 당국자 “한-일 국장급 협의 상당한 진전 있었다”)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금 12·28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43차 정기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은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1997년 타계)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전 세계에 처음 증언한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2013년에 만들어졌다. 매년 8월14일 무렵이면 전세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는 각종 집회와 문화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를 비롯해 10개 나라 47개 도시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집회, 강연, 거리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이 벌어진다.
제4차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 및 제124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맞은편 소녀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김복동 위안부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배상하고, ‘우리가 잘못한 짓이다’ 이야기할 때까지 절대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폭로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고 밝힌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주장을 해야했던 셈이다. 김복동 할머니는 특히 지난해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 국민들이 나서서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고 있고 피해를 겪은 우리들이 반대하고 있는데도 단체를 만든다고 한다. 법적 배상 없이는 푼돈을 받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안양 달안초등학교 학생들이 리코더로 연주한 ‘바위처럼’과 함께 시작된 이날 수요시위에는 서울을 비롯해 광주, 충북 청주, 경남 산청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김시환(경기 광명 구름산초 6)군은 “유치원 때부터 잘못하면 사과하라고 배웠다. 일본 정부가 몰라서 사죄를 하지 않는 것이라면 어리석은 것이고, 알면서 하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것이다. 역사 앞에 부끄럽거나 어리석은 나라가 되지 말라”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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