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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베…소라넷…‘여성 혐오’는 돌연변이 역사

등록 2016-05-23 22:01수정 2016-05-24 15:02

2016 한국,‘여혐’과 마주서다
① 왜 지금 ‘여혐’인가
여혐 논란 불거진 7장면
여성혐오 논란은 멀게는 2010년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지만 대중적으로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메갈리아의 등장, 장동민 여성비하 발언, 소라넷 논란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다. 여혐 논란 역사에서 대표적인 7가지 장면을 통해 여혐 현상이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지 살펴본다.

군필 가산점 폐지

뒤틀린 반발 “여성도 군대 가”

1999년 군가산점 폐지에 항의하는 시위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1999년 군가산점 폐지에 항의하는 시위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 군복무 논란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는 남성 30여명이 모여 ‘예비군과 병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극우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청춘 20대를 2년간 조국에 바쳤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우는 부족하다”며 군복무에 대한 보상, 군필자를 우대하는 군가산점제 부활을 주장했다. 특히 그들은 “국방의 책임은 성별과 무관하다”며 여성 의무복무제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젠더 이슈는 바로 군복무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군가산점제가 폐지된 이후 군복무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에게도 군복무를 요구하는 공격적인 논리가 남성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일베의 탄생

“약자 조롱을 재생산하라”

‘가면을 쓴’ 일베와 손동작을 연출한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가면을 쓴’ 일베와 손동작을 연출한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 일베의 출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혐 논쟁이 확산됐다. 특히 2010년께 일베의 출현으로 여성만이 아닌 모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조롱을 일반화하는 공간이 탄생했다. 여성, 특정 지역 출신자, 동성애자,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호칭 끝에 ‘충’을 붙이는 ‘놀이’를 하며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확대재생산한다.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인 ‘김치녀’, 여성은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삼일한’,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주부를 뜻하는 ‘맘충’ 같은 극단적인 신조어를 만들어내거나 확산시키며 여성 혐오를 표출하는 공간이 됐다. 권김현영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았던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집단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김으로써 우리 사회에 혐오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남성커뮤니티 활성화

“남자라서 살기 힘들어”

 남성 커뮤니티 수컷닷컴 누리집.   '한겨레' 자료사진
남성 커뮤니티 수컷닷컴 누리집. '한겨레' 자료사진
■ 남성 커뮤니티 활성화 일베 같은 극우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엠엘비파크’, ‘클리앙’, ‘보배드림’, ‘수컷닷컴’ 등 남성 이용자가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위 ‘남성인권’ 담론이 활성화되고 있다. 남성이 고비용을 부담하는 데이트 문화, 남성이 집 마련을 도맡는 결혼 문화와 같은 가부장제의 잔재들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며 “우리가 피해자다”라는 목소리가 넘친다. 강남역 인근에서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튿날인 18일에도 수컷닷컴에서는 “서해교전 당시 싸우다 전사한 장병들의 죽음은 월드컵 축제 속에 조용히 묻혀 버렸다. 그런데 여성 한 명이 정신질환자에게 죽은 사건에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헌화를 하며 난리를 친다”는 내용 등의 글이 올라오며 ‘남성 인권’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남성연대 대표 투신

“남성인권 열사” 추모제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장례식장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장례식장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사건 2013년 7월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서울 마포대교에서 남성연대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모금액 1억원 마련을 위한 ‘투신 퍼포먼스’를 벌이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 대표는 남성의 인권 수호에 목숨을 내던진 ‘열사’로 상징되며 남성 인권운동가들의 구심점이 됐다. 지난해 6월부터 남성연대에서 이름을 바꾼 ‘양성평등연대’는 지난해 1월 ‘남성인권운동가 성재기 추모제’를 여는 등 그를 기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슷한 목적으로 활동하는 ‘신남성연대’, ‘정의로운 심장을 가진 남성연대’ 등도 ‘성재기 열사의 적통’이라는 수식어를 내걸며 활동 중이다. 이들은 여성가족부 폐지, 성매매특별법 폐지 운동도 벌이고 있다.

“성폭행할 사람 모여라”

막장 ‘소라넷’ 폐쇄

 올해 핵심 서버가 폐쇄된 소라넷 누리집.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 핵심 서버가 폐쇄된 소라넷 누리집. '한겨레' 자료사진
■ 소라넷 논란 17년간 운영되며 회원 수가 100만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대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은 여성의 나체 사진, 성폭행 동영상 등이 유통되며 사실상 실제 성범죄의 근원지 역할을 해왔다. 주변 여성에 대한 몰래카메라, 성매매 정보, 급기야 성폭행 모의글까지 올라오며 사회문제가 됐다. 지난해 진선미 의원은 경찰청장에게 소라넷 폐쇄를 건의했고, 온라인에서는 ‘소라넷 폐쇄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결국 지난 4월 경찰청은 ‘소라넷’의 국외 핵심 서버를 국제 공조수사를 벌여 폐쇄했다. 소라넷의 번창은 여혐 현상을 여성에 대한 성범죄로 끌고 가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존에 등장한 익명 사이트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충들아 그대로 돌려주마”

메갈리아 등장

 메갈리아의 불법 몰카 근절 캠페인 이미지.   '한겨레' 자료사진
메갈리아의 불법 몰카 근절 캠페인 이미지. '한겨레' 자료사진
■ 메갈리아 등장 지난해 6월 메르스 증상을 보인 한국 여성 2명이 격리조처를 거부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에 반격하는 여성들이 모여 온라인에 새로운 공간 메갈리아를 구축했다. ‘메갈리안’들은 ‘미러링’(남자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기)을 내세워 ‘한남충’(한국남자벌레), ‘씹치남’ 등의 용어를 사용해 여혐 담론에 반격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 사이트를 중심으로 화장실 몰카 근절 운동, 소라넷 폐지 서명운동 등이 진행되기도 했다.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여혐 현상은 최근 갑작스럽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 메갈리아 등에서 여혐에 대한 역반응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폭발적 문제제기가 일어나 여론이 주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 여성비하 ‘만발’

장동민·송민호 ‘눈총’

 여성 비하 발언 논란 뒤 기자회견을 연 장동민.   '한겨레' 자료사진
여성 비하 발언 논란 뒤 기자회견을 연 장동민. '한겨레' 자료사진
■ 장동민 발언 논란 지난해 개그맨 장동민이 과거 출연했던 팟캐스트(옹달샘)에서 자신의 의상 업무를 담당하는 코디네이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여자들은 머리가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 된다”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 등의 발언을 했던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추후 논란이 일자 장씨는 “상처받은 분들께 죄송하다”며 정식으로 사과했지만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케이블채널의 음악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도 래퍼 송민호가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등 여성 비하성 내용의 가사를 담은 노래를 불러 논란이 일었다.

김미향 황보연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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