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당직자들 사례
정의당 박원석 의원 전화
통화에는 쓴 적 없는데
국정원·검찰, 통신자료 들여다봐
일상적·정기적 사찰 의심
더민주 의원·당직자 무더기로 털려
유기홍 의원 국정화 반대때 조회
정의당 박원석 의원 전화
통화에는 쓴 적 없는데
국정원·검찰, 통신자료 들여다봐
일상적·정기적 사찰 의심
더민주 의원·당직자 무더기로 털려
유기홍 의원 국정화 반대때 조회
“국정원은 통화조차 거의 한 일이 없는 휴대폰의 통신자료는 왜 살펴본 걸까요.”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최근 에스케이(SK)텔레콤으로부터 국정원이 지난해 10월27일과 11월10일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된 휴대폰 번호에 대해 두차례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위한 문자메시지 전송용으로 마련한 휴대폰 번호였다.
국정원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도 지난해 11월30일 박 의원의 이 번호에 대한 통신자료를 요청했다.
박 의원은 “그 전화로 통화를 한 일도 없는데 대체 왜 국정원이 통신자료를 가져갔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뚜렷한 이유를 모르니, 국정원이 야당 의원에 대한 일상적 사찰을 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작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한겨레>가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각각 국보법과 국가기밀탐지 혐의의 내사대상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자메시지가 보내진 번호에 대해 통신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정보·수사기관은 28일까지 최근 1년 동안 박 의원뿐 아니라 정의당 당직자 5명의 통신자료 20건을 들여다봤다. 경찰이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정원도 6건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았다. 특히 이중 3명의 통신자료가 지난 1월7일 국정원에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그 무렵 당이 특별한 이슈에 연관돼 있지도 않았고, 같은 날 국정원에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람들을 살펴봐도 (업무 등에서)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다”며 “이유를 모르니 ‘국정원이 (야당에 대한) 정기사찰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현재 의원들과 당직자 전원이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제공 사실확인서’를 신청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쪽도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까지 결과를 통보받은 이들 가운데, 더민주 당직자 25명의 통신자료 35건이 정보·수사기관에 제공됐다. 더민주 쪽에선 당 대표 비서실에서 근무한 적 있는 당직자 3명의 통신자료가 국정원에 제공된 데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당 대표 비서실은 대외적인 업무를 많이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원이 일반적으로 설명하듯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 대상자 등과 통화할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6월10~11일 서울남부지검이 더민주 당직자 14명(14건)을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 당직자는 “남부지검에 이유를 물었더니 오히려 우리에게 ‘더민주에 무슨 일이 있었냐’며 되물어올 정도였다”며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수집·관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더민주 국회의원 중에선 이날까지 장하나·유기홍, 우원식·은수미 의원 등의 통신자료가 정보·수사기관에 제공된 걸로 확인됐다. 특히 유 의원의 경우, 국정원이 통신자료를 들여다 본 시기(지난해 10월26일)가 유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함께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 현장을 방문한 다음날이라 ‘사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통신자료·통신사실·통신제한조치 ‘통신자료’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가입자의 기본적인 신상정보가 기재된다. 정보·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영장이 없어도 판사와 검사, 정보수사기관의 4급 이상 공무원의 결재를 거쳐 이동통신회사 등으로부터 이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통신내역·시간·위치 정보)나 ‘통신제한조치’(우편물 검열·실시간 감청)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영장)를 받아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통제가 굉장히 느슨한 것이다. 또 당사자에게 사후 통보해야 할 규정조차 없다. ‘초원복집 사건’을 계기로, 1993년 만들어진 통비법은 애초 감청에 대한 규제가 목적이었다. 2000년대 감사원의 감사과정에서 수사·정보기관들이 기자 등의 이동통신 통화내역을 법적 근거 없이 살펴보던 관행이 드러나면서 2001년 법 개정과 함께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따로 통신자료에서 분리돼 통비법의 규제대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통신자료만 유독 유선전화 시대인 1981년 만들어진 전기통신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근거 판례와 법률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수사·정보기관과 이동통신회사가 가입자의 동의 없이 통신자료를 제공하고도 사후 통지조차 하지 않는 건 바로 이 모호한 규정 때문이다. ‘따를 수 있다’는 표현에 방점을 찍으면 통신사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 듯 보인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2014년 전통법 83조가 이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사건에서 ‘따를 수 있다’는 표현에 근거해 “전통법은 사업자에게 (통신자료 제공의) 권한을 부여했을 뿐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더 나아가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네이버가 고객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사건에 대해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의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며 네이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들이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수사 기관에 통신자료 제공을 거부하게 된 계기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0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실질적인 심사를 요구할 수 없다”며 서울고법의 판단을 뒤집었다. 통신사들이 이용자의 통신자료 제공을 지속하는 이유다. 사후 통지 여부의 결정권은 결국 수사·정보기관에 돌아간다. 하지만 이들은 전통법 상에 ‘통지규정이 없다’는 점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수사와 공소의 제기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 대상 정보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들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통신자료 제공량 이동통신회사를 비롯한 정보통신사업자가 정보·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 건수는 매해 폭증세다. 2011년 584만8991건이었던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3년 만인 2014년 1296만7456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경찰과 검찰이 2013년 6월부터 이동통신 3사와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해 간편하게 통신자료제공요청서와 통신자료를 주고받고 있는 탓이다.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590만1664건의 통신자료가 수사·정보 기관으로 넘어갔다. <한겨레>가 민주노총 조합원과 기자·야당 당직자 등의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를 보면, 70% 가까운 자료가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해 11월 이후 집중적으로 제공된 걸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제공 건수가 더욱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통신자료·통신사실·통신제한조치 ‘통신자료’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가입자의 기본적인 신상정보가 기재된다. 정보·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영장이 없어도 판사와 검사, 정보수사기관의 4급 이상 공무원의 결재를 거쳐 이동통신회사 등으로부터 이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통신내역·시간·위치 정보)나 ‘통신제한조치’(우편물 검열·실시간 감청)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영장)를 받아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통제가 굉장히 느슨한 것이다. 또 당사자에게 사후 통보해야 할 규정조차 없다. ‘초원복집 사건’을 계기로, 1993년 만들어진 통비법은 애초 감청에 대한 규제가 목적이었다. 2000년대 감사원의 감사과정에서 수사·정보기관들이 기자 등의 이동통신 통화내역을 법적 근거 없이 살펴보던 관행이 드러나면서 2001년 법 개정과 함께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따로 통신자료에서 분리돼 통비법의 규제대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통신자료만 유독 유선전화 시대인 1981년 만들어진 전기통신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근거 판례와 법률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수사·정보기관과 이동통신회사가 가입자의 동의 없이 통신자료를 제공하고도 사후 통지조차 하지 않는 건 바로 이 모호한 규정 때문이다. ‘따를 수 있다’는 표현에 방점을 찍으면 통신사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 듯 보인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2014년 전통법 83조가 이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사건에서 ‘따를 수 있다’는 표현에 근거해 “전통법은 사업자에게 (통신자료 제공의) 권한을 부여했을 뿐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더 나아가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네이버가 고객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사건에 대해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의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며 네이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들이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수사 기관에 통신자료 제공을 거부하게 된 계기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0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실질적인 심사를 요구할 수 없다”며 서울고법의 판단을 뒤집었다. 통신사들이 이용자의 통신자료 제공을 지속하는 이유다. 사후 통지 여부의 결정권은 결국 수사·정보기관에 돌아간다. 하지만 이들은 전통법 상에 ‘통지규정이 없다’는 점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수사와 공소의 제기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 대상 정보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들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통신자료 제공량 이동통신회사를 비롯한 정보통신사업자가 정보·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 건수는 매해 폭증세다. 2011년 584만8991건이었던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3년 만인 2014년 1296만7456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경찰과 검찰이 2013년 6월부터 이동통신 3사와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해 간편하게 통신자료제공요청서와 통신자료를 주고받고 있는 탓이다.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590만1664건의 통신자료가 수사·정보 기관으로 넘어갔다. <한겨레>가 민주노총 조합원과 기자·야당 당직자 등의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를 보면, 70% 가까운 자료가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해 11월 이후 집중적으로 제공된 걸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제공 건수가 더욱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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