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8) 할머니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년 12월 한일 정부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다시 한번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뉴욕시의회 로리 컴보 여성인권위원장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내가 위안부 피해자인데, 일본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 진실은 결코 막을 수 없다”며 일본 정부에 진실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방미 이용수·길원옥 할머니, 공식 사과·법적 배상 촉구
합의 후 유엔본부서 첫 증언…“일 총리 무릎꿇고 사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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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지난해 말 한·일 정부 사이에 맺어진 위안부 관련 합의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일 정부는 당시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관련 문제에 대한 대응을 자제하자는 합의를 했지만,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미국 내 활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8) 할머니는 이날 뉴욕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내가 위안부 피해자인데, 일본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 진실은 결코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은 뉴욕시의회의 로리 컴보 여성인권위원장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려고 마련된 자리였다. 컴보 의원은 “일본군이 성노예를 동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위안부 피해자의 요구를 지지한다”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존엄을 회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 정치적으로만 하지 말고, 피해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직접적이고 진실성을 갖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컴보 의원은 “오늘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지하는 첫발을 뗐을 뿐”이라면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마이크 혼다 의원이 국내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결부해 결의안을 채택했다”면서 “뉴욕시에서도 인신매매 등 뉴욕의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묶어 결의안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이어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출입기자단(UNCA)이 마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15살 때인 1943년 대만의 일본군 부대로 끌려가 겪었던 참혹했던 군 위안부 생활에 대해 증언했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도 이날 워싱턴에 도착해 연 기자회견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피해자)이 몇 없지만, (한일 정부 당국이) 한번쯤은 (피해자들을) 방문해서 소견을 들었어야 했다”며 “당신네끼리 앉아서 몇 마디 주고받다가 합의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길 할머니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합의가 “고노담화는 물론 한일협정보다도 후퇴했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이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받아들여야 해결되며, 이는 피해자 중심이라는 국제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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