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청년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⑩ 임금격차·교육·안전망 청년문제 이것부터 풀자

등록 2016-02-02 21:03수정 2016-02-02 23:43

[더불어 행복한 세상]
“청년 정책을 펴는 사람들이 알바도 해보고 파견(노동)도 해본 젊은 층이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좀더 공감되는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요?”

 경기도 안산공단에서 파견사원으로 일해온 이미리난새(23)씨는 2012년 고등학교 졸업 뒤 천안과 안산 제조업체에서 주로 파견직으로 일해왔다. 그동안 거친 파견회사만 다섯군데다. 그는 얼마 전까지 안산공단에서 꽤 규모가 큰 제조업체의 사내하청회사에서 파견사원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다시 새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회사에선 물량이 밀렸다며 독감에 걸려도 쉬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며칠 전 이씨는 울컥하는 마음에 회사를 관뒀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그는 “뉴스에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라고 나오던데 전혀 체감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 자체는 널려 있다. 문제는 너무 쉽게 구해지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기업이) 너무 쉽게 대한다는 데 있다”며 “물량을 위주로 고무줄처럼 사람을 쓰는데다 일을 하는 동안에 (임금·휴가·복지 등에서) 정규직과 차별 대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직중이지만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고용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돼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자발적 이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좀더 나은 곳에서 일하고 싶지만, 집에 생활비를 보태야 하는 그로선 다시 쉽게 구해지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88만원 세대가 주목받은 이후 지난 몇년간 한국 사회엔 엔포세대, 헬조선과 같은 담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담론이 현실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책상에 머무는 동안 청년세대 내의 계층 고착화는 기성세대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 자라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이씨는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청년의 전형이다. 저임금·비정규직으로 첫 일자리를 시작한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로 옮겨가기 어려운데다, 경력이 쌓여도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아 자산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누리기도 어렵다.

 <한겨레>가 이씨를 비롯한 청년 당사자와 각계 전문가 및 정치인, 정부 관료 등 50명에게 청년 문제의 진단 및 해법에 관해 물어보니 노동시장에서의 임금격차 완화, 교육 불평등 해소, 청년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이들은 이런 과제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대폭 키워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위원이 세계가치관조사(WVS, 국가별로 2010~2014년 기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40대의 사회적 지위가 1일 때 20대의 상대적 지위는 0.61에 그친다. 이는 비교 대상 51개국 가운데 가나에 이어 꼴찌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청년 당사자들은 그동안 청년들이 정치적으로 과소대표돼 왔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청년 문제가 제대로 논의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신윤정 서울시 청년허브 기획실장은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주거, 부채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동안 기업규모 간, 지역 간, 학력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집단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장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20대 자치언론 <고함 20> 기자인 최효훈(23·대학생)씨는 “정부는 장학금 제도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여전히 등록금 문제로 휴학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인 김민섭(33)씨도 ‘평범한’ 우리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청년 공청회를 연다고 해서 평범한 청년들이 오지는 않는다. 대학 강의실이든, 편의점 알바 현장이든 고단한 청년들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 곳곳에서 유령처럼 존재하는 청년노동자를 위한 제도 정비에 시급히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최우리 박승헌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속보]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검찰, 26일 내 기소할 듯 1.

[속보]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검찰, 26일 내 기소할 듯

[속보] 중앙지법,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수사 계속할 이유 없어” 2.

[속보] 중앙지법,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수사 계속할 이유 없어”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3.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검찰, 윤석열 구속연장 불허에 당혹…연장 재신청·기소 모두 검토 4.

검찰, 윤석열 구속연장 불허에 당혹…연장 재신청·기소 모두 검토

귀국한 전광훈 “체포하려면 한번 해봐라…특임전도사 잘 몰라” 5.

귀국한 전광훈 “체포하려면 한번 해봐라…특임전도사 잘 몰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