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가 강의를 마친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
‘청년문제, 이렇게 풀자’ ③ 안전망
경제능력 없는 상태서 빚으로 출발
일부 지자체 청년 수당 추진 긍정적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청년들 위해
국가가 사회보험 가입하게 지원해야
‘청년문제, 이렇게 풀자’ ③ 안전망
경제능력 없는 상태서 빚으로 출발
일부 지자체 청년 수당 추진 긍정적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청년들 위해
국가가 사회보험 가입하게 지원해야
노인·장애인 등만을 복지의 대상으로 삼아왔던 한국 사회에서 ‘청년 복지’는 아직 낯선 단어다. 하지만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반면 학자금·주거비 부담은 크게 늘면서,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청년들이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떠안아야 하는 비용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현재 정부의 청년대책은 단기적으로 일자리 양을 늘리는 정책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청년실업과 청년빈곤 문제는 비교적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장기적 과제로, 사회안전망 대책이 종합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며 “주거빈곤과 채무 부담 등을 종합해서 중앙정부가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우선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논의가 활발한 분야는 서울시와 성남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중인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수당 또는 배당이다.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 뚫려 있는 안전망을 시급히 메우기 위한 취지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청년 문제는 일시적 경기순환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과 산업구조 변화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전향적 조처가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뭔가를 도모하거나 찾아볼 수 있도록 주거와 공간, 일자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구직활동과 직업교육 참여를 약속한 청년들에게 월 450유로(약 57만원)가량을 지원하고, 유럽연합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청년 고용 프로그램에 2020년까지 약 600억유로(약 75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실제 청년들 내에서도 과도기적이나마 비용 지원에 대한 요구가 있다. 최효훈(23) <고함20> 기자(대학생)는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알바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 친구들을 볼 때 불만이 커지게 된다. 청년들이 뭔가 하고 싶다고 할 때, 혼자 해내기 어렵다고 할 때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사회계층이 전승되는 현상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지만 우리 사회는 계층 분화의 속도가 빠르고, 강하게 고착화되고 있다. 지금 청년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공적 개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실업부조 도입이나 고용보험 제도 개선을 통해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현재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했거나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에만 지급돼 울타리의 폭이 좁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취업시장에 막 뛰어든 청년들이거나 아르바이트·초단시간 노동자, 청년층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경력 이직을 위한 자발적 퇴사자 등은 고용보험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실업부조 도입이나 수급 요건이 엄격한 현행 고용보험의 자격 완화에 대한 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청년들은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상당수가 제대로 대우를 받는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들이 노후를 맞을 때 연금 불평등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이른바 청년 ‘니트’(NEET·일하지 않고 교육훈련을 받지도 않는 청년)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병희 연구위원은 “니트의 실태가 아직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은둔형 외톨이인 일본의 ‘히키코모리’에 이르지는 않지만 사회적 배제의 위험이 높은 만큼 이런 청년들의 사회적 통합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이 추정한 청년 니트족의 규모는 15~29살 949만2000명 가운데 92만3000명(9.7%, 2015년 1~9월 평균 기준)에 달한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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