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가 26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1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일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아베 신조 총리의 직접 사과와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도쿄/AP 연합뉴스
위안부 할머니들, 도쿄 기자회견
“15살때 길에서 두 남자에게 끌려가”
일 법적 책임·아베 직접사과 요구
“15살때 길에서 두 남자에게 끌려가”
일 법적 책임·아베 직접사과 요구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어요. 학교도 돈이 없어서 못 갔어요. 15살 때 울산으로 남의 집 식모로 갔어요. 거기서 주인이 심부름을 시켜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자 두명이 딱 앞을 가로막는 거야.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한 사람이 팔 하나씩 잡은 채 끌고 간 거야.”
26일 오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1회관 다목적 회의실. 분노를 참으며 한마디씩 이어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0) 할머니는 고향인 경상도가 아닌 함경도 말씨를 썼다. 중국 지린으로 끌려간 이 할머니는 일본군 비행장을 거쳐 일본군 위안소로 옮겨졌다. 전쟁이 끝났지만 할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버려졌기 때문이다. 다시 고국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해방이 되고도 55년이 지난 2000년이었다. 그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할머니는 74살 노인이 됐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공동 거주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할머니와 강일출(89) 할머니가 ‘12·28 위안부 합의’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찾아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장에는 50명 가까운 한·일 취재진이 자리를 지켰다.
두 할머니는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책임의 인정 그리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 등을 요구했다. 강일출 할머니는 “어떻게 이런 합의를 해놓고서 우리를 바보로 만드나. 왜 아베(총리)는 한번도 안 나서는가”라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우리가 걷기도 힘든데 왜 여기까지 와서 말을 하는가 생각을 해달라. 우리가 일본 정부에 아무리 요청을 해도 눈 깜짝 안하고,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의 비판은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이어졌다. “왜 피해자의 눈을 감게 하고, 감추고, 그 잘난 몇푼 되지 않는 돈을 쥐고 와서 할머니들 입을 막으려고 해. 절대로 안되지. 너무 분하다.”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에 대해서도 “소녀상을 없앨지, 우리를 죽일지의 문제”(강일출 할머니)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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