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행복한 세상]
‘진보적 권위주의’ 용혜인·박진영
‘진보적 자유주의’ 임경지
‘보수적 자유주의’ 장예찬·프레카·이진호
웹진 만들고 시민단체 등 활동
기성세대의 관점 아닌
20대의 관점으로 20대와 소통
‘진보적 권위주의’ 용혜인·박진영
‘진보적 자유주의’ 임경지
‘보수적 자유주의’ 장예찬·프레카·이진호
웹진 만들고 시민단체 등 활동
기성세대의 관점 아닌
20대의 관점으로 20대와 소통
“‘청년좌파’가 수식어인가요, 단체 이름인가요?”(장예찬) “<디스라이크>라는 잡지는 첨 들어봐요.”(용혜인)
그들은 의외로 서로의 ‘정체’를 잘 몰랐다. 지난 8일 오후 <한겨레>의 20대 진보-보수 좌담이 열린 ‘미디어카페 후’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이들도 있다.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주문에 패널들은 웅성웅성거리며 마뜩잖아했다. 자기소개가 ‘스트레스’인 세대였다. ‘포삼’(포스트386)인 기자는 “아차!” 싶었다. 이진호(<디스라이크> 디렉터)씨가 “(취업시장 용어로) ‘1분짜리’로 준비하면 될까요?”(웃음)라며 분위기를 잡았다.
<한겨레>는 좌담이 열린 세미나실의 칠판에 이념성향을 나타내는 사분면을 그려뒀다. 가로축은 좌파와 우파로(혹은 진보-보수), 세로축은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로 구분했다. ‘선수’들이 입장하면서 각자의 성향을 나타내는 위치에 이름을 적도록 했다. 청년좌파 회원 혜인씨와 <청춘씨:발아> 운영자 박진영씨는 진보적 권위주의에, 민달팽이유니온을 이끄는 임경지씨는 진보적 자유주의에 자리를 잡았다. 또 <자유주의> 대표 프레카(필명)와 자유미디어(<자유주의> 콘텐츠 제작 및 홍보컨설팅) 대표인 예찬씨, 진호씨는 보수적 자유주의에 이름을 올렸다. ‘탈진영 세대’를 표방하는 진호씨는 사분면 한가운데에 ‘먹고사니즘’이라는 구역을 직접 그려넣어 본인이 기존 ‘보수’와는 다름을 강조하기도 했다.
프레카와 예찬씨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보수성향 웹진 <자유주의>는 극우성향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와는 선을 긋는 중도 보수를 표방한다. 2014년 가을에 시작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11만268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기성 언론인 <한겨레> 페이지가 20만명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카드뉴스’의 원조도 이 매체로 알려져있다. 프레카는 “2008년 광우병 시위를 열심히 나갔었다. 1~2년 지나고 나니, ‘과대 불안 조성’에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나더라. 감성에 호소하는 진보세력에 대한 불신이 커진 계기”라고 말했다.
통계 데이터에 집착하고 진보세력에 대한 조롱 섞인 글을 올리는 일은 일베와 닮은 모습이다. 일부에선 이들의 푸른색 로고를 따서 ‘블루일베’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 들어선 방향을 틀고 있다. 프레카는 “무조건 진보를 비판하는 것보다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함을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프레카와 함께 <자유주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예찬씨는 “진보 쪽에서는 일베라고, 일베에선 좌파라고 욕을 먹는다”(웃음)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홍보 고문이기도 한 예찬씨는 ‘포스트 이준석(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노린다.
혜인씨는 보수신문을 읽고, 촛불시위장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범생이’로 자랐다가, 대학에 와서 이념성향이 바뀐 경우였다. “최저시급이 3800원일 때 3500원씩만 받으면서 하루 14시간씩 알바를 했다. 7만원짜리 스테이크를 300개 정도 나르면 5만원을 받았다. 하루종일 일해도 스테이크를 사먹을 수 없는 돈을 벌면서, 음식을 바닥에 흘리면 관리자로부터 자존감에 상처를 입을 만한 말을 들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왜 이런 건가 싶더라.” 혜인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애도와 정부 규탄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의 제안자였다. 진보적 권위주의로 본인의 이념을 소개한 데 대해선, “사회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마음이나 태도로 바뀌지 않고 권력구조와 연관돼 있고 이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는 과잉 보수화된 한국 사회가 싫다”고 말하는 진보적 자유주의자, 경지씨는 혜인씨와 같은 진보이면서도 결이 다르다.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현실적 해법에 눈을 돌려왔다.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임대 시세보다 30% 싼 집을 제공하는 ‘달팽이집’ 공급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좌우를 떠나서 청년이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세력이 세대담론의 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진호·진영씨는 20대와 청년세대 문제를 직접 소통하는 데 공을 들인다. 종이 잡지로도 발행하는 <디스라이크>는 페이스북 계정조차 입사지원서에 내야 하는 20대들이 ‘좋은 것’과 ‘싫은 것’조차 감추도록 강요받는 현실에 균열을 내려고 만든 잡지다. 페이스북 페이지인 <청춘씨:발아>는 자칫 욕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땅에 심은 씨가 발아하듯이 밑바닥에 감춰진 청년들의 요구를 드러내자는 의미다. 주로 긴 글보다는 동영상을 통해서, 뉴스룸 말고 ‘유쓰룸’(youthroom)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풍자한다.
이날 모인 패널들의 주요 활동 공간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페이스북이다. 이곳에서 뉴스를 보고 의견을 말하며 친구들도 만난다. 좌담이 끝난 뒤 돌아서는 길, 누군가 묻는다. “페친 신청해도 되나요?” 이날 밤 몇몇은 친구가 됐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주최의 20대 진보-보수 좌담에서 참석자들이 칠판에 그려진 4분면에 본인의 이념성향 위치를 직접 표시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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