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근혜 귀하, 소녀상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죄 등에 관해 조사할 일이 있으니 소녀상 앞으로 출석하기 바랍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정부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대학생·청년들이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국민소환장’을 보냈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혐의’는 △돈과 역사를 거래한 죄 △국민을 배신한 죄 △잘된 합의라 거짓말한 죄 △소녀상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죄 등이다. 출석 요구 일시는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오는 23일 오후 2시다.

21일 오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대책위)는 회원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낸 종로경찰서 앞에서 ‘소녀상 지키는 대학생 표적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의 소환장을 공개했다. 경찰은 이 단체가 열었던 집회·문화제·기자회견에 대해 조사할 것이 있다며, 이 단체 회원 8명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출석요구서를 받은 이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열린 문화제 등에서 사회를 보거나 집회신고를 내거나 발언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출석요구서를 받은 이들은 경찰의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수연 대책위 상황실장은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신고된 집회에서 신고인원보다 참가자들이 많았다는 이유로 ‘불법’ 딱지를 불였다”며 “대학생·청년들에 대한 출석요구 남발은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샘 대학생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도 “경찰이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구인 하겠다고 했는데, 법이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탄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환장을 받은 8명 가운데 개인 사정 탓에 출석하지 못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종로경찰서에 출석했다. 1시간 남짓 이뤄진 조사에서 경찰은 이들에게 기자회견·집회·문화제 등을 주최한 단체가 누구인지, 사회를 본 사람은 누구인지, 일본 대사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는 이유 등에 대해 물었으나, 모두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신고 집회 개최와 관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했으며, 입건 여부는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검찰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