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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년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⑥ ‘좋아질 수 없다는 확신 있어서’ 되레 행복…그러나 한국처럼 심한 수저계급론은 없다

등록 2016-01-20 21:58

후루이치 노리토시. 사진 최우리 기자
후루이치 노리토시. 사진 최우리 기자
[더불어 행복한 세상]
‘사토리 세대’ 연구자 후루이치
도쿄대학교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박사과정에 있는 후루이치 노리토시(31)는 일본에서 ‘자신과 같은 세대의 이야기를 하는 젊은 지식인’으로 불린다. 26살이던 2011년 쓴 책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서 그는 장기불황·저성장시대를 사는 일본 청년을 ‘사토리(깨달음) 세대’라고 불렀다. 사토리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물질적인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다. 욕망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며 행복해한다. 후루이치는 이들이 행복한 이유가 ‘더 좋아질 수 없다는 확신이 있어서’라고 도발적으로 해석했다. 역설적인 이 책은 일본에서만 20만부가, 한국에서도 8000부가 팔렸다. 미래 사회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최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아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육원 의무 교육화>라는 책을 썼다.

지난달 14일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한 호텔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한국의 ‘엔포 세대’와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다르게 정의했다. 한국 청년들이 희망이 없는 시대에 어디있을지 모를 희망을 좇는 ‘희망난민’상태에 놓여있다면, 일본 청년들은 불안한 행복을 믿으며 나름대로 현실을 위로하며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절망의 나라에 사는 한·일 청년 중 누가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수저계급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와 그 자녀 세대가 이미 중산층을 이룬바 있다.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부자였다. 한국처럼 심한 수저계급론은 없다. 격차사회지만 서로의 격차를 심하게 느끼지 않는다. ”

-부자인 단카이 세대와 가난한 사토리 세대 사이의 세대 갈등은 없나?

“분노는 없다. 오히려 사토리 세대는 단카이 세대에게 ‘돈을 많이 벌어놓아 감사하다’고 한다. 다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사회 양극화가 심화됐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돈이 많은 단카이세대가 떠나면 새로운 사회 인프라 지원이 불가능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미래 일본 사회에 닥칠 사회 문제는 또 무엇인가.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파라사이트 싱글’ 문제가 심각하다. 돈 없는 자녀는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한다. 인기 만화 <도쿄타라레바무스메>(도쿄 대구간 아가씨)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누구와 볼 것인지 고민하면서 결혼은 하지 않는 30대 여성이야기다. 연애나 결혼을 말하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이 늘었다. 2030년에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자가 1/4이 될 것이라 한다. 저출산과 관련있다. ”

-일본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일본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다. 정치가 바뀐다고 삶이 달라질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청년의 투표율을 올린다고 해도 고령 인구가 워낙 많아 정치와 직접 연결되기 힘든 구조적 문제도 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

-일본 청년들은 정말 행복한가?

“일본 보수 언론에서 내 책을 보고 ‘젊은이들이 행복하니 일본은 미래가 있다’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오독하기도 한다. 나는 행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행복을 찾는 청년들의 모순된 감정, 감정의 불균형 속에 숨은 사회 문제에 더 주목하고 싶었다. ”

도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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