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뒷문에서 김주연(22)씨가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입고 한·일 두 나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규탄하고, 서울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평화의 소녀상’ 없는 부산에서
일본영사관 인근 1인시위 이어져
시민들, 음료수·망토 주며 응원
일본영사관 인근 1인시위 이어져
시민들, 음료수·망토 주며 응원
한낮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강한 바람을 맞으며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의 손은 시퍼렜다. 흰색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의자에 앉아 손팻말을 꼭 쥐고 있었다. 손팻말에는 평화의 소녀상 사진과 함께 “굴욕적인 매국협정 위안부 합의 반대!” “저를 지켜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의 옆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12일 낮 12시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뒷문에서는 김주연(22)씨가 ‘사람 소녀상’이 됐다. 현재 부산에는 청동으로 만든 평화의 소녀상이 없다. 대신 지난 6일부터 매일 낮 12시~오후 1시 이곳에서 시민들이 ‘사람 소녀상’ 시위에 참가한다. 김씨는 전옥지(17)양과 권아무개(23)씨에 이은 세번째 참가자다.
김씨는 “한·일 위안부 합의 결과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껴 사람 소녀상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한테 제대로 된 사죄를 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는 정치적 셈법으로 졸속 합의했다.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이들을 내팽개친 것이다.”
사람 소녀상은 외롭지 않다. 시민들은 근처를 지나가다 사람 소녀상을 보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한 택시 승객은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다며 사람 소녀상에게 두툼한 장갑을 건네주고 갔다. 한 시민은 사람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음료수를 올려놓았다. 근처 가게 직원 배소영(39)씨는 사람 소녀상의 어깨에 숄을 둘러주며 “함께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 소녀상의 릴레이 시위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철회될 때까지 계속된다. 진군호(35) 우리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 홍보부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 소녀상’ 김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한테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탤게요. 할머니들, 항상 건강하세요.”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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