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행복한 세상]
지난달 4~15일 <한겨레>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20대 남녀 215명 심층인터뷰를 보면 청년의 주거불안은 부모의 경제적 지위와 상관관계가 높았다.
주거가 ‘불안하다’고 답한 72명 중 67명이 부모의 경제적 지위를 중간층 이하라고 답했다. 주거 환경을 안정적으로 느낀 이들 중 부모의 경제적 지위를 중하층 이하라고 답한 경우는 33명뿐이었다. 직장인(44.2%), 대학생(33%), 취업준비생(27.8%) 순서로 주거 불안을 많이 느꼈다.
주거가 ‘매우 불안하다’고 답한 디자이너 2년차 박아무개(24)씨는 지난해 1년 동안 월급 130만원 중 월세로 40만원을 내고 원룸에 살았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중하층’이라고 답한 박씨는 “월급과 비교해 방값이 너무 비싸 하루살이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20대들은 “고시원에 살기 때문” “계약기간마다 월세를 올릴까 걱정되기 때문” 등의 이유로 불안하다고 느꼈다.
‘안정적’이라는 답변은 143명(66.5%)이었다. 조사 대상 중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42.1%)이 많은 것이 ‘안정적’이라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로 보인다. ‘낮아진 눈높이’도 한 이유로 풀이된다. 이들은 “따뜻하고 밥 잘 먹을 수 있다면”, “자취방 월세를 연체한 적이 없어서”, “빚이 없다”, “치안이 잘 돼 있다” 등을 이유로 들었다. 원룸에서 월세를 내고 살더라도 자신의 능력으로 유지 가능하고 쫓겨날 걱정이 없다면 ‘안정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내집 마련 시기를 묻는 주관식 질문엔 평균 14.7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6~10년이라고 답한 20대가 85명(39.6%)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직장 잡고 안정이 되면” 등 모호한 답변도 많았다. 10년, 15년 등 5년 단위로 답변이 몰린 것도 특징이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박진수 소장은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으로 월세 벌기도 빠듯한 20대에게 내집 마련은 구체적 현실이 아닌 추상적 미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