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청년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③ 부모 경제력 따라 10평 빌라 - 30평 아파트

등록 2016-01-10 19:55수정 2016-01-21 15:59

[더불어 행복한 세상]
두 신혼부부의 출발선
신혼부부
신혼부부
최근 결혼한 김민재(가명·28)·이수진(가명·30)씨의 신혼집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실평수 33㎡(10평)의 다세대주택이다. 1억4000만원짜리 전세다. 경상북도 청도에서 한우를 키우는 부모님이 보내준 2000만원, 김씨가 살던 자취방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합쳐도 9000만원이 부족했다. 학자금 대출 700만원도 갚아야 했다. 결국 연이율 2.79%에 9700만원을 대출받았다. 중소 기업 3년차인 김씨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씨의 월급을 합치면 400만원 남짓이다. 올해 도시근로자 2인가구 평균 소득(월 372만9079원)을 약간 웃돈다. 하지만 일단 대출금 4000만원이라도 2년 동안 갚겠다고 계획을 세우니, 소득의 절반 정도는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2천만원 마련해준 아버지
4억원 전세금 내준 아버지
결혼했다고 미래 바뀌지 않아
여유자금 “없다” - “노후 투자”
2세 계획 “몇년 후” - “내년 생각”

지난해 5월 결혼한 신혼부부 박현수(가명·35)·최소연(가명·32)씨의 신혼집은 서울 종로구의 실평수 99㎡(30평) 아파트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아버지가 전세금 4억원을 내줬다. 둘 다 전문직인 이들 부부는 합쳐서 한달에 600만원 정도를 번다. 이 중 부모님 용돈 20만원, 일반 생활비 200만원, 아파트 관리비 30만원, 교통비·통신비 등을 합쳐 월 300만원 정도를 쓰고 나머지는 저축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전세금 4억원에 앞으로 5~6년만 저축을 해서 보태면 대출 없이 6억원 정도의 인근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한국 사회에서 신혼부부는 그래도 행복한 처지일지 모른다. 취업을 못하고 집을 구할 길이 막막해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은 적어도 일자리와 집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신혼집을 구하면서 다시 한번 다른 출발선에 선다.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집값·전셋값 탓에, 부모에게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부와 대출금으로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부 사이에는 좁히기 힘든 격차가 생겨난다.

민주정책연구원에서 2014년 펴낸 ‘서울시 청년가구의 주거실태와 정책 연구’를 보면 대졸 초봉이 1739만원이던 2000년 전셋값은 초봉의 245.6%인 4271만원이었다. 2010년 대졸 초봉이 3352만원이 되자 전셋값이 초봉의 339%인 1억1378만원까지 올랐다.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공개한 ‘2011~2015년 7월 평균 전세가와 평균 월세가’를 보면 서울지역 3.3㎡당 평균 전셋값은 4년7개월 만에 876만원에서 1112만원으로 뛰었다. 월세는 50만~53만원으로 비슷했지만 보증금이 4637만원에서 8119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시절에는 약간의 저축이나 부모 도움만 있으면, 일부 대출을 받아도 결혼 뒤 저축으로 갚아나갈 수 있는 규모였다. 이 전세금은 내집 마련의 종잣돈 노릇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높은 집값 때문에 받아야 할 대출금도 커진데다, 2년마다 전세금이 급등하는 탓에 저축으로 오른 전세금을 대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뛰어도 뛰어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이마저 못 구한 흙수저 청년 부부들은 월세를 전전해야 한다.

2014년 통계청 조사 결과, 30살 미만이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는 2010년 16.6%에서 2015년 40.4%로 높아졌다. (일부 보증금을 낀) 월세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고소득층은 3.9%, 저소득층은 18%였다.

한번 뒤처진 출발은 이후에도 따라잡기 힘들다. 박씨 부부는 “노후를 고려할 때 적금만 붓지 말고 자산을 늘리기 위한 별도의 투자를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대출금을 갚는 동안은 별도 저축은 어렵다. 외식이나 여행도 한동안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뒤 전세금이 오른다면 이들의 대출금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2세 계획도 다르다. 김씨 부부는 향후 몇년 동안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 박씨 부부는 “내년 중에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삶의 궤도는 어디까지 달라질까.

최우리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1.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속보] 검찰,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보완수사권 당연히 인정” 2.

[속보] 검찰,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보완수사권 당연히 인정”

귀국한 전광훈 “체포하려면 한번 해봐라…특임전도사 잘 몰라” 3.

귀국한 전광훈 “체포하려면 한번 해봐라…특임전도사 잘 몰라”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수사 계속할 이유 없어” 4.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수사 계속할 이유 없어”

검찰,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재신청…“가능하나 결과 장담 못해” 5.

검찰,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재신청…“가능하나 결과 장담 못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