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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년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③ 주거정책에 청년은 없다…‘맞춤형 임대’ 보급해야

등록 2016-01-10 19:53수정 2016-01-18 10:57

청년예술인 홍승희씨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거리에서 종이상자로 만든 모형 주거공간에서 청년 주거빈곤 문제를 풍자하는 ‘렌트푸어’(전월세 빈곤층) 행위극을 펼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청년예술인 홍승희씨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거리에서 종이상자로 만든 모형 주거공간에서 청년 주거빈곤 문제를 풍자하는 ‘렌트푸어’(전월세 빈곤층) 행위극을 펼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
우리나라 주택·주거 정책에서 청년은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 정책의 초점은 3인 이상 가구에 맞춰져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가족 딸린 사람들이 급하지 청년까지야…’라는 인식이 강했다. 저출산 대책으로 신혼부부를 겨냥한 정책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수준이다.

공공 임대주택 청년들에 불리
20대는 겨우 1.7%만 선발돼
공공 확대 함께 세대분배 필요

청년들 결혼전 이행기 6년 정도
‘2년 3회 연장’ 경과형 임대 대안
주택바우처제 확대도 아이디어
“청년 주거비, 불평등 관점서 봐야”

하지만 ‘큐브생활자’ ‘월세세대’라 불리는 청년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약자의 출현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공공 임대주택의 지속적 확대와 동시에 청년의 특성을 고려한 ‘경과형 임대주택’ ‘셰어하우스’ 같은 맞춤형 주택의 보급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주택바우처를 청년들에게도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우선 공공 임대주택 재고량을 늘려 청년들의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나온 한국도시연구소의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서민 중산층의 주거불안 심화’ 보고서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공공 임대주택 공급 물량 확대를 공언했음에도 2011년 이후 장기 공공 임대주택 재고량은 2만~4만호 증가에 그쳤다. 특히 매입·전세 임대주택을 4만호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공급량은 2013~2014년 사이 8800호 정도 늘었을 뿐이다.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전체 주택에서 공공 임대주택 비율이 20%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5%대로 워낙 적다.

선발 구조도 청년에겐 불리하다. 소득이 낮고 가구원 수가 많고 지역 내 거주기간이 길수록 선발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말 기준 에스에이치공사가 보유한 공공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 희망하우징 등 12개 유형의 공공 임대주택 입주자 세대주 16만1363명 중에 20대는 2790명(1.7%)이다. 10대는 162명(0.1%), 30대도 1만6269명(10.1%)에 불과하다. 40대에서 90대까지가 14만2142명으로 88.1%를 차지한다.

가구 형태가 다양해지고 청년 주거 문제가 전체 삶의 빈곤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공공 임대주택을 청년을 포함한 좀더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소득을 기준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해왔다면, 청년 세대의 주거 문제가 대두될수록 소득과 별개로 세대 배분이 필요할 것”이라며 “노인·다자녀중산층과 청년이 임대주택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 맞춤형 주거 복지가 가능하도록 주거 유형의 다변화, 선발 과정의 다양화 등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30%는 지자체장이 직접 선발할 수 있다. 이를 주거 빈곤 상태에 놓인 청년에게 우선 배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청년을 위한 맞춤형 주거공간으로 민달팽이유니온(민유)은 ‘경과형 임대주택’ 보급 필요성을 말한다. 수십년짜리 공공 임대주택을 두고 세대간 경쟁을 시킬 것이 아니라, ‘이행기’라는 특성을 고려해 청년들에게 2년씩 3회 계약으로 6년 기간의 임대주택을 보급하자는 제안이다. 임경지 민유 위원장은 “청년에게 6년의 시간이면 어느 정도 저축을 하고 안정적으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 연기금으로 경과형 임대주택을 짓고 청년에게서 받는 월세로 연금을 강화해 다른 세대의 노후를 해결하는 새로운 사회연대 운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세대와 달리 자기 짐이 적고 거실과 부엌 등을 타인과 나눠 쓸 수 있는 청년의 특징을 살린 ‘셰어하우스’도 부상하고 있다. 민유의 달팽이집 1~3호, 노동자협동조합 ‘큰바위얼굴’의 ‘모두의 아파트 큰바위얼굴 아카데미아’(모두의 아파트) 2개동 등이 실제 사례다. 지난해 9월 입주한 모두의 아파트는 140㎡ 정도의 공간을 전세로 임대해 한 동에 학생 8명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씩 내도록 했다. 각자의 방이 있고 거실과 부엌을 공동으로 이용한다. 전세금은 서울시가 제공하는 연 2%의 정책자금과 은행·신협 등의 대출을 더해 마련했다. 양기철 큰바위얼굴 이사장은 “16명 모집에 70명이 왔다. 모두의 아파트는 주거비가 비싸서 학생들이 빈곤해지고 공동체 생활 경험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문제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구상했다”고 했다. 이러한 민간 비영리단체에서 더 많은 셰어하우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공공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은 무주택 서민을 위해 비영리 민간단체나 공공이 제공하는 양질의 ‘사회적 임대주택’ 공급이 활발하다.

임대주택 물량을 갑자기 늘리기 어려운 만큼, 소득대비주거비비율(RIR)이 지나치게 높거나 극빈곤에 처한 청년층한테 주거빈곤층에 현금을 주는 주택바우처 제도를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원이 없다면 청년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은 앞으로도 높아질 것이다. 이들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지 않게 국가가 기준선을 정하고 월세의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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