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왼쪽), 이용수 할머니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일 합의 뒤 첫 ‘수요시위’
“나는 아직 여든여덟밖에 안 됐습니다. 하늘에 가신 우리 할머니들 한을 저는 풀어드려야 합니다. 저는 할 수 있습니다.”
고 황선순·이효순·김외한·김달선·김연희·최금선·박유년·최갑순, 그리고 박아무개 할머니까지. 올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9명의 이름이 불린 뒤, 무대에 선 이용수 할머니가 다짐했다. “최종적 합의라는 말로 우리 정부는 왜 피해자를 두번 세번 죽이느냐”며 잠시 울먹였지만 그는 “끝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말을 이어갔다. 옆에서 시민들을 바라보던 또다른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7) 할머니도 눈물을 훔쳤다.
30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을 마주보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앞에서 올해 마지막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시위)가 열렸다. 올 한해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추모제로 꾸려진 수요시위는 지난 28일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이후 처음 열렸지만, ‘분노와 절망’ 대신 ‘평화와 희망’을 외치는 목소리가 컸다.
시민 1천여명 나와 정부 비판
올해 세상 떠난 이효순씨 아들
“원한 풀릴 때까지 싸우기로 약속” 청년단체 ‘소녀상 지킴이’ 자청
매일 저녁 ‘촛불집회’ 열기로
정대협은 전국 순회 시위 계획 이날 시위에는 이용수·길원옥 할머니부터 초등학생, 그리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 각계각층 시민 1000여명(주최 쪽 추산·경찰 추산 700명)이 모였다. “지난봄 삼우제를 마치고 내려온 뒤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셨다. 17살 되던 해 초봄 강제로 트럭에 태워진 뒤, 모진 세월 죽지 못해 살아왔다며 내 원한이 풀릴 때까지 싸워줄 것을 나랑 약속하자고 하셨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이효순 할머니의 아들 이동주(64)씨가 무대 위 어머니 사진을 바라보며 사모곡을 읊었다. 이씨는 “어머니와 약속을 지키고 싸워서 이길게요”라고 다짐했다. 수요시위 이후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한 활동도 이어진다. 우선 청년들은 ‘소녀상 지킴이’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소녀상에 대한 적절한 해결’을 언급한 데 대해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단체들은 수요시위가 24주년을 맞는 내년 1월6일까지 매일 저녁 6시 소녀상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간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쪽도 일본의 법적 책임과 진정한 사죄를 받아내기 위한 행동을 이어간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전국 평화비(소녀상) 네트워크를 만들어 위안부 평화비가 있는 전국 각지를 돌며 순회 수요시위를 하기로 했다. 국제연대체도 꾸리고 세계 각지 인권유린이 있는 곳에 평화비를 세울 것”이라며 “우리는 정의가 뒤집힌 상황에서도 즐겁게 웃으면서 평화와 희망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주의국민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이날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규탄했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는 “소녀상은 일본을 규탄하는 내용도 들어 있지만 그보다 우리가 긴 시간 위안부 피해자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반성하는 작품이다. 일본 요구에 따라 치우는 건 말도 안 된다. 소녀상의 뒤꿈치는 아직 땅을 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보적 문인들의 단체인 한국작가회의도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합의 폐기를 촉구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올해 세상 떠난 이효순씨 아들
“원한 풀릴 때까지 싸우기로 약속” 청년단체 ‘소녀상 지킴이’ 자청
매일 저녁 ‘촛불집회’ 열기로
정대협은 전국 순회 시위 계획 이날 시위에는 이용수·길원옥 할머니부터 초등학생, 그리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 각계각층 시민 1000여명(주최 쪽 추산·경찰 추산 700명)이 모였다. “지난봄 삼우제를 마치고 내려온 뒤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셨다. 17살 되던 해 초봄 강제로 트럭에 태워진 뒤, 모진 세월 죽지 못해 살아왔다며 내 원한이 풀릴 때까지 싸워줄 것을 나랑 약속하자고 하셨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이효순 할머니의 아들 이동주(64)씨가 무대 위 어머니 사진을 바라보며 사모곡을 읊었다. 이씨는 “어머니와 약속을 지키고 싸워서 이길게요”라고 다짐했다. 수요시위 이후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한 활동도 이어진다. 우선 청년들은 ‘소녀상 지킴이’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소녀상에 대한 적절한 해결’을 언급한 데 대해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단체들은 수요시위가 24주년을 맞는 내년 1월6일까지 매일 저녁 6시 소녀상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간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쪽도 일본의 법적 책임과 진정한 사죄를 받아내기 위한 행동을 이어간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전국 평화비(소녀상) 네트워크를 만들어 위안부 평화비가 있는 전국 각지를 돌며 순회 수요시위를 하기로 했다. 국제연대체도 꾸리고 세계 각지 인권유린이 있는 곳에 평화비를 세울 것”이라며 “우리는 정의가 뒤집힌 상황에서도 즐겁게 웃으면서 평화와 희망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주의국민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이날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규탄했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는 “소녀상은 일본을 규탄하는 내용도 들어 있지만 그보다 우리가 긴 시간 위안부 피해자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반성하는 작품이다. 일본 요구에 따라 치우는 건 말도 안 된다. 소녀상의 뒤꿈치는 아직 땅을 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보적 문인들의 단체인 한국작가회의도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합의 폐기를 촉구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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