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일 두 나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합의 결과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포털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 당사자 의견도 배제한 협상 결과에 대해 인권운동가 고상만씨는 자신의 트위터(@right11)에서 “국민적 합의는 고사하고 피해자의 동의도 없는 타결 속보가 기막히다. 나도 이런데 당사자들은 어떨까”라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생각이 없는 듯하다. (협상 내용을) 모두 무시하겠다”고 밝혔다.

‘범죄 피해에 대한 배상’ 대신 한국 정부가 세운 재단에 예산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한 일본 정부의 방침에, 피해자들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면 반발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는 돈보다 명예를 회복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상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배상의 책임”이라며 법적 책임을 건너뛰려는 일본 정부의 꼼수를 성토했다.

그나마 일본이 제시한 금액도 우리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고, 청계재단이나 육영재단 등을 예로 들면서 재단 운영 투명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트위터(@kyung0)를 통해 “공식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들이 240여명이라는데 그럼 그 세월, 그 모멸, 그 치욕, 그 상처가 한 사람당 4천만원이란 말이냐”라고 꼬집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는 “10억엔은 프로야구 박석민 선수가 자유계약(FA)으로 이적하며 받은 96억원과 비슷한 금액”이라며 이번 합의를 “헐값에 정의를 팔아넘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국교회복 조건으로 일본의 차관을 받았던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다 빗댄 비판도 있었다. “10억엔에 자존심을 팔았다”며 ‘돈을 댓가로 주고받은 거래’로 지목한 의견도 나왔다.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트위터(@DrPyo)에서 “한국 정부가 달라는 대로 돈도 주고 총리가 사과해서 종결됐다고 양국이 선언했는데, 무식한 떼쟁이 한국인들이 반대한다(고 많은 일본인이 생각할 것)”이라며 이번 ‘외교참사’가 위안부에 대한 역사를 잘 모르는 많은 일본인의 혐한 감정을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화 소녀상’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말 바꾸기’도 거센 비난을 샀다. 합의 발표 이틀 전인 26일 외교부는 공식 페이스북에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 정부가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 일본 언론이 제기한 ‘남산 이전설’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나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공관의 안녕·위엄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 협의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협의’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우리 정부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비쳤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트위터(@Jaemyung_Lee)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발언을 인용해 “서로 말이 다른데…우리 쪽 말에 더 믿음이 안가는 건 나뿐인가?”라고 했다. 현재 외교부 페이스북의 27일치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는 28일 태평양전쟁 전범들의 위패를 봉안한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페이스북에 ‘인증샷’을 남겼다. 아베 총리가 ‘대독 사과문’으로 유감을 표명한 날 참배를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