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왜 소녀상 철거에 집착하나
단발머리에 주먹을 꽉 쥔 채 앉아 있는 10대 소녀와 빈 의자 하나.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평화비)은 2011년 12월14일 세워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1992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열어온 ‘수요시위’ 1000회를 맞아 시민들의 모금을 받아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설치했다.
일본 “공관의 안녕 규정 국제법 위반”
아베, 지난달 정상회담서 철거 요구 정부, 피해자 납득할 해결책 나오면
시민사회 상대 설득 가능 입장 대응 높이 130㎝ 크기의 청동으로 빚어진 소녀의 어깨엔 먼저 떠난 피해자들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바닥에 새겨진 그림자 형상은 소녀가 아닌 할머니의 모습으로 진실과 정의 회복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켜온 피해자들의 오랜 기다림을 뜻한다. 소녀의 옆에 놓인 빈 의자는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자리로 ‘추모’의 뜻과 함께 지나가는 누구든 나란히 앉아 함께하자는 연대와 참여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일본대사관 앞에 첫번째 소녀상이 들어선 이래, 한국 24곳, 미국 9곳, 일본 1곳에 소녀상이 세워졌다. 일본 쪽은 한국 정부가 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는 분명한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쪽 주장의 표면적 근거는 ‘국제법 위반’이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서 “접수국(외국 사절이나 영사 등을 받아들이는 쪽)은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22조 2)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국제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소녀상이 사실상 ‘반일 시위’의 구심점이 되고 있으니 외국 공관에 대한 위협을 한국 정부가 방치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외국 공관 앞에서의 집회와 달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를 14년 가까이 묵인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이 때문에 적어도 지금처럼 대사관 바로 앞에 자리한 것만 아니라면 일본 정부가 수용 가능하리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제주도에 세워질 예정인 소녀상은 애초 일본영사관 앞을 목표로 건립이 추진됐으나, 행정당국이 난색을 표한 끝에 장소를 옮겨 확정지은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소녀상에 대해 ‘민간 차원의 일이며 정부 간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면 (소녀상 이전)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라는 태도로 대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한-일 정부가 합의할 경우, 한국 정부가 피해자 할머니 등 시민사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설 수도 있음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수지 김외현 이제훈 기자 suji@hani.co.kr
아베, 지난달 정상회담서 철거 요구 정부, 피해자 납득할 해결책 나오면
시민사회 상대 설득 가능 입장 대응 높이 130㎝ 크기의 청동으로 빚어진 소녀의 어깨엔 먼저 떠난 피해자들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바닥에 새겨진 그림자 형상은 소녀가 아닌 할머니의 모습으로 진실과 정의 회복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켜온 피해자들의 오랜 기다림을 뜻한다. 소녀의 옆에 놓인 빈 의자는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자리로 ‘추모’의 뜻과 함께 지나가는 누구든 나란히 앉아 함께하자는 연대와 참여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일본대사관 앞에 첫번째 소녀상이 들어선 이래, 한국 24곳, 미국 9곳, 일본 1곳에 소녀상이 세워졌다. 일본 쪽은 한국 정부가 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는 분명한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쪽 주장의 표면적 근거는 ‘국제법 위반’이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서 “접수국(외국 사절이나 영사 등을 받아들이는 쪽)은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22조 2)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국제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소녀상이 사실상 ‘반일 시위’의 구심점이 되고 있으니 외국 공관에 대한 위협을 한국 정부가 방치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외국 공관 앞에서의 집회와 달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를 14년 가까이 묵인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이 때문에 적어도 지금처럼 대사관 바로 앞에 자리한 것만 아니라면 일본 정부가 수용 가능하리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제주도에 세워질 예정인 소녀상은 애초 일본영사관 앞을 목표로 건립이 추진됐으나, 행정당국이 난색을 표한 끝에 장소를 옮겨 확정지은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소녀상에 대해 ‘민간 차원의 일이며 정부 간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면 (소녀상 이전)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라는 태도로 대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한-일 정부가 합의할 경우, 한국 정부가 피해자 할머니 등 시민사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설 수도 있음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수지 김외현 이제훈 기자 suj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