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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만성질환 노인들 “병원 가면 되레…” 발길 뚝
직장인들은 “기름값 들어가도 자가용 출퇴근”

등록 2015-06-03 20:16수정 2015-06-04 11:39

메르스 비상 / 시민들 불안감 확산

아이들 놀이터·학원 발걸음 끊겨
노량진 수험생들 기침만 해도 ‘헉’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뒷북·헛발 대응’이 계속되고, 3일 들어 격리자가 1400명에 육박하자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 역시 증폭·확산되고 있다.

■ 노인

만성·노인성질환이 있는 일부 고령층은 “살아보겠다고 병원 갔다가 오히려 큰일 나는 것 아니냐”며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메르스 관련 정보 접근성도 뒤처지는 데 따른 불안이다. 서울에 사는 나세용(73)씨는 “전립선 문제와 고혈압이 있어 병원에 다닌다. 겁이 나지만 내가 조심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감염돼 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대신 대중목욕탕처럼 사람 많은 곳은 요즘 안 간다”고 했다. 조아무개(70)씨는 “병원에 가려면 사람 많은 지하철을 타야 해 걱정이다. 정부가 확산 방지 능력이 없다. 완전히 무능 정부”라고 했다. 이아무개(71)씨는 “나이 먹어 병원 안 가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런데 병원에서는 손님 떨어질까봐 그러는지 일절 메르스 얘기는 안 한다”며 답답해 했다. 다리를 다친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다니는 문성(75)씨는 “걱정은 되지만 모르니까 그냥 다닐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소한 ‘이런 데는 가지 말라’는 정보는 줘야 조심할 것 아니냐”고 했다.

메르스 환자 발생 인접 지역에 사는 고령자들의 불안은 더 크다. 경기 평택에 사는 이재욱(78)씨는 “혈압약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주변에서 ‘지금은 가지 말라’고 해서 마음을 접었다. 병원 예약을 하고도 안 가는 노인들이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경기 화성에 사는 최승만(75)씨는 “요즘 노인회관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내일 속리산 단체여행도 취소됐다”고 했다.

■ 학부모·직장인

출퇴근 시간이 길고 외부 접촉이 잦은 직장인들 중에는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를 몰기 시작한 이들도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까지 만원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김아무개(36)씨는 “기름값이 들더라도 자가용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다섯달 된 아기가 있는데, 불안한 마음에 퇴근 후 집 앞에서 옷과 가방을 탈탈 털고 들어간다. 평소에는 손만 씻은 뒤 아기를 안고 만졌는데, 이제 샤워는 기본이고 신생아 때나 쓰던 손소독제까지 다시 꺼내 쓴다”고 했다.

한 대기업 직원은 “본사에서 계열사 간 방문이나 지역 출장, 부서별 회식까지 자제시키고 있다”고 했다.

서울 봉천동에 사는 김아무개(36)씨는 “아이들은 학교 말고 밖에는 일절 못 나가게 한다. 다들 그런지 놀이터에도 애들이 안 보인다. 아이가 밖에 나가고 싶다고 조르면 전에는 절대 주지 않던 스마트폰을 건네준다”고 했다. 서울 사당동 주민 최아무개(35)씨는 “아이들 학원도 안 보내고 집에서 놀게 한다. 손발도 내가 직접 씻긴다. 엄마들끼리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도 안 하고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대화만 나눈다”고 했다.

■ 취업준비생

7급 공무원시험 원서 접수가 진행중인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도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교실 하나에 수백명이 다닥다닥 붙어 강의를 듣는 상황에서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신경이 곤두선다는 반응이다. 한 취업준비생은 “날이 더워지면서 에어컨을 튼 뒤로 여기저기서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메르스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다른 취업준비생은 “오늘 옆 사람이 입도 가리지 않고 기침을 세게 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가뜩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일단 손 씻기라도 열심히 하고 마스크를 쓴다”, “당분간 집에서 공부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박보근(27)씨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학원에서 다른 사람 물건은 만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아무개(28)씨는 “방송을 보니 면역력 약한 사람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 비타민을 일부러 챙겨먹는다”고 했다.

김성환 오승훈 김규남 허승 김미향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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