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입구에 설치된 메르스 의심환자 격리센터(의심증상 검사 및 임시 수용시설) 앞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아이를 안고 어린이병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 궁금증 짚어보니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메르스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와 추측이 떠돌고 있다. 메르스 감염자가 확산되는 과정이어서, 정보와 소문의 유통 속도도 빠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지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일부 회사가 메르스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는데 믿어도 될까?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사람한테 쓰도록 허가받은 자가 진단키트는 없다. 일부 제조업체가 개발했다고 광고하는 건 허가받지 않은 연구용 (검사) 키트다. 이 키트를 사용하려면 매우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해 자가 진단은 불가능하다. 다만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동물용 진단키트가 있는데, 낙타 콧물 등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꼭 의사들이 치료할 때 쓰는 ‘엔(N)95’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나?
“N95는 미국 기준에 따른 마스크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으로 보건용 마스크는 케이에프(KF)80·94·99 등 세 종류가 있다. 바이러스(0.01~0.5㎛) 방역에 효과를 보려면 KF94나 KF99여야 한다. 미국 기준 N95는 KF94에 해당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방역에는 좋겠지만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누리꾼들에게 알려진 N95 마스크는 의료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숨쉬기가 어려워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 김우주 민관합동대책반 공동위원장(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일반 마스크로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일반 마스크는 천 등으로 돼 있는 방한용 마스크를 말하는 건 아니다. 마스크는 되도록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좋다.”
-공기로도 감염이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메르스가 변이된 걸까?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스나 신종플루처럼 아르엔에이(RNA)를 유전자로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다. 아르엔에이 바이러스는 디엔에이(DNA) 바이러스에 비해 돌연변이를 잘 일으킨다. 현재 한국의 메르스 전염 속도가 빨라 ‘변종 메르스’ 우려가 제기되지만, 확인된 바 없다. 3일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이 가검물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 보내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메르스로 학교가 휴업(휴교)했는데 맞벌이 부모는 어떻게 하나?
“휴교는 학부모 불안 등을 고려해 학교장이 결정한다. 그러나 학교가 휴교해도 교직원은 출근하기 때문에 돌봄이 필요한 학생이 있으면 등교할 수 있다. 휴교 중 못 들은 수업은 보충수업으로 보완한다.”
-중동에 출장·여행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중동 여행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령자(만 65살 이상), 임산부, 어린이,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자제하는 게 좋다. 예방용 백신이 없기 때문에 중동에 갈 경우 물비누나 세정제로 자주 손을 씻고 기침할 때는 입을 가리는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게 기본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가급적 가지 말고 낙타·박쥐·염소 등 동물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 중동 여행·출장 뒤 14일 안에 열이 나면 바로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핫라인(043-719-7777)으로 연락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메르스가 의심되는데 핫라인이 계속 통화중이라면?
“핫라인은 2일 하루에만 통화 건수가 1100여건에 이를 정도로 폭주했다. 3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전화선을 26선에서 40선으로 늘려, 기다리는 시간이 좀 나아지리라 예상된다. 현재로선 핫라인 외에 다른 통화 라인은 없다.”
-코밑에 바셀린 바르고, 방에다 양파를 놓으면 메르스가 예방될까?
“수용성인 바이러스가 코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지용성인 바셀린이 막아주고, 양파가 바이러스를 흡수해 감염을 막아준다는 소문이다. 감염내과 전문의가 ‘의사로서 답변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빙성이 없는 유언비어다. 바이러스가 수용성이라는 말도 틀리다. 현대 의학에서는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된 것만 예방법으로 인정하는데, 바셀린이나 양파는 전혀 근거가 없다.”
도움말: 보건복지부,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채윤태 한일병원 감염내과 과장(인의협)
전정윤 김민경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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