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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연’ 없는 성완종, ‘지연’ 통해 인맥 쌓아

등록 2015-04-15 20:30수정 2015-04-15 22:33

성완종 리스트 파문

충청출신과 교류 주력…성과 맺어
이완구·김종필·반기문과도 관계
차문희·전옥현 등 국정원 인사와도
“꿈이 정주영 회장이었다.”

경남기업 고위 임원을 지낸 ㄱ씨는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꿈이 ‘자수성가한 최고의 사업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처럼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닮은 점들이 있다. 성 전 회장은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자수성가해 매출액 2조원대의 경남기업을 인수했다. 정 명예회장 역시 통천송전소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의 농사를 돕다가 집을 나와 현대그룹을 세웠다. 두 사람이 기업을 일군 이후 정치에 발을 담근 것 역시 닮았다.

ㄱ씨는 “성 전 회장이 학연 등이 없으니까 인맥을 쌓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동창회 명부 보고 전화를 걸고 도와달라고 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성 전 회장은 인맥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주목한 것은 ‘지역’이었다. 그의 고향은 충남 서산이다. 한 지인은 “성 전 회장이 본격적으로 인맥을 쌓기 시작한 것은 1982년 한국청년회의소(JC) 충남지구 회장이 되고 난 뒤다. 당시 경쟁자가 성 전 회장의 학력을 문제삼기도 했다. 하지만 회장이 됐고, 이때부터 지역에서 인맥을 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른한살 때의 일이다.

성 전 회장은 그 뒤로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1991년에는 서산장학재단을 세워 스스로 이사장을 맡았고, 2000년에는 충청포럼을 만들어 충청도 출신 유력인사들과 교류해왔다. “충청도에서 성완종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지역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한 경남기업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충청도 쪽에서 후원 요청이 들어오면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이런 노력에는 성과가 있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모두 지역을 바탕으로 일군 성 전 회장의 인맥이다.

성 전 회장이 다른 한 축으로 신경을 쏟은 곳은 권력기관이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정보기관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국가정보원 대전지부장을 지낸 뒤 2008년부터 4년간 경남기업 감사를 지낸 차문희씨는 2012년 국정원 2차장에 발탁됐다. 2008년 3월부터 1년간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전옥현씨는 2013년 3월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들어갔다. 두 사람 역시 충남 출신이다.

성 전 회장은 국정원의 경우에도 충청 출신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한 지인은 “성 전 회장이 권력기관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정보에 민감해 국정원 쪽으로 인연을 많이 쌓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환봉 박태우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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