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광역철도는 국가 간선철도망이 고속철도(KTX)로 바뀜에 따라, 일반철도인 경부선과 호남선의 남는 선로용량을 활용해 충남~대전~세종~충북 등 4개 지역을 잇는 도시철도를 운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1단계(대전권 구간, 계룡~신탄진)와 2단계(논산~청주공항)로 나눠 추진되며, 1단계에서는 경부선 2복선화 공사와 6개 역 신설이 이뤄진다. 1단계 예산은 2527억원, 전체 예산은 1조1708억원이고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 2016년 착공해 2019년 12월 개통된다.
새달 호남케이티엑스가 개통되면 전국은 고속철도 중심의 반나절 생활권이 된다. 서울에서 300~400㎞ 이상 떨어진 부산과 광주를 2시간 안에 갈 수 있다.
그러나 경부, 호남 중심축에서 제외된 도시들은 지역 안에서 오가는 데 여전히 한나절이 걸린다. 대전은 고속도로, 고속철, 일반철도, 국도 등이 통과하는 전국 최고의 교통도시다. 하지만 대전권 주변지역간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수십년 전과 비슷하다. 예컨대 충남 논산에서 철도를 타고 약 90㎞ 거리인 충북 청주를 가려면 서대전역에서 내려야 한다. 시내버스 등을 이용해 대전역에 가서 충북선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철도로 논산에서 청주로 가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지역 안에서 한번에 가는 도시철도, 환승이 가능한 광역교통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충청과 경북 지역에서는 철도 간선망이 고속철도로 바뀌면서 선로용량에 여유가 생긴 일반철도를 활용해 지역의 거점도시들을 연결하는 광역도시철도 운행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앞두고 있고, 대구광역전철 사업은 예타가 진행되고 있다.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은 충청권의 숙원이다. 충청권의 지방선거,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여야가 모두 내세우는 단골 공약이기도 하다. 충청권 광역철도는 지역내 효율적인 이동수단이 없던 충청권을 남서에서 북동으로 통과해 논산~대전~세종~청주 등 주요 도시들을 잇는다.
■ 충청권 광역철도의 기대효과
충청권 4개 시·도의 충청권 광역철도 활용 방안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현안을 푸는 유용한 도구라는 기대감은 일치한다.
먼저 충북은 청주공항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계룡·대전·세종·통합청주시에서 청주공항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데 따른 분석이다. 지난해 말 예타를 통과한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 사업으로 충남 서북부 및 경기 남부 지역까지 청주공항 이용권역이 확대됨에 따라 2020년대에는 청주공항이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충청권의 인적·물적교류 증가에 따라 오창·청주·현도산업단지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가 활성화되고, 국가철도망 X축 건설계획의 한 축인 충북선 개량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1단계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평가기준 ‘경제성’에 쏠려
비수도권 지역엔 비현실적
균형발전 차원서 접근해야
충북은 청주공항 활성화
충남은 논산 공단의 물류망
대전은 도시성장위해 절실
충남은 논산 왕대공단 등에 입주한 기계·금속·국방·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물류비가 크게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남은 이 철도와 홍성~경기 화성 간 서해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서북부 신산업단지와 서남부 내륙지역, 서해안과 수도권 서부지역을 철도로 연결하는 것은 물론 대륙철도로 이어지는 철도망을 갖추게 된다.
세종시는 배후도시들과 도시철도로 연결돼 공무원과 서비스 종사자들의 출퇴근 등이 편리해지고, 도시가 완성되는 2030년까지 입주민들의 문화·의료·쇼핑 욕구를 해소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이 철도가 가장 절실한 곳은 대전이다. 대전은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하려면 도시철도 3호선에 해당하는 이 철도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전은 30여년 동안 둔산, 관저, 노은, 도안 등 서구와 유성구에 잇따라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면서 신도심과 원도심·도시외곽의 불균형 발전이 고착화됐다. 원도심·도시외곽 지역은 인구 감소로 도시철도 1호선은 물론 도시철도 2호선 계획에서도 제외돼 반발이 잇따랐다. 지역 불균형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이 철도가 꼽히는 것은 가수원~도마, 종촌~회덕~신탄진 등 통과 노선이 바로 대전의 아킬레스 지역이기 때문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 철도가 꼭 개통돼야 역세권 개발 등으로 지역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다. 이 철도를 중심으로 지역균형발전을 꾀하는 ‘대전 미래비전 2030 프로젝트’를 세우고 있으며, 대덕구도 회덕역 역세권에 1만5000명이 입주하는 행정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비수도권 경제성 평가기준 필요
정부가 사업 타당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경제성이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광역철도 신규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는 반면 비수도권은 신규사업이 아닌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광역철도 사업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인구가 많아 교통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인구가 적은 비수도권의 사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같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의 도시철도 사업은 경제성 분석(B/C)보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사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계층화분석(AHP)으로 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수요그룹 이개훈 박사는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시했지만, 실제 정부의 예타 과정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러면 비수도권의 현안들은 국가정책에 반영돼도 실제 사업 집행이 불가능하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정부의 사업타당성 평가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충청권 4개 광역단체는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려고 노선을 1, 2단계로 나누고, 먼저 1단계(대전권) 구간에 대해 예타를 요청했다.
1단계 구간은 예타를 통과할까?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3년 실시한 사전조사 결과에서 1단계 구간의 경제성은 높지 않았다. 수요는 하루 3만여명으로 추산돼 대전도시철도 1호선(22.6㎞)의 하루 12만명을 크게 밑돌았고, 비용편익분석(B/C)도 0.88로 기준치인 1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전시는 1단계 사업을 자치단체가 예산을 분담하는 광역철도로 추진하자고 정부에 제안해 바꾸고, 1단계 사업비 2527억원 가운데 25%인 945억원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충청권 지방자치단체들은 대구광역전철 사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 철도를 도시철도로 활용하는 첫 사례이자 충청권 광역철도와 닮은꼴이어서 정부의 사업타당성 기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구권 광역전철 사업은 1, 2,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되는데, 현재 1단계인 구미~대구~경산 61.9㎞ 구간에 대한 예타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애초 지난 1월 중순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가 나오지 않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개통 땐 하루 65회 운행…계룡~신탄진 33분 주파
2019년 충청권 광역철도가 개통되면 296명까지 탑승하는 2량짜리 중량전철이 하루 65회 운행한다. 1단계 구간은 충남 계룡역과 대전 신탄진역이 종점이며, 종점과 회덕, 서대전, 가수원, 흑석 등 6개 기존역을 개량하고 덕암, 중촌, 용두, 문화, 도마역 등 5개 역을 신설해 모두 11개 역을 운행하게 된다. 계룡~대전조차장(25.3㎞) 노선은 기존 호남선을 활용하고, 경부선 구간인 대전조차장~신탄진(9.8㎞) 노선은 선로용량이 부족해 선로를 2개에서 4개로 바꾸는 2복선화 공사가 필요하다.
도시철도는 종점 기준으로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19시간 운행한다. 열차는 20분 간격이지만 출퇴근 시간대 등 이용객이 집중되는 오전 7시10분~10시, 오후 6시10분~8시40분 사이에는 12분 간격으로 배차된다. 평균 속도는 시속 65㎞로, 1단계 구간인 계룡~신탄진 35.2㎞는 32.5분, 2단계 전 구간인 논산~계룡~신탄진~청주공항 106.9㎞를 이동하는 데는 1시간28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1단계 구간 가운데 역간 거리가 가장 먼 구간은 8.12㎞인 계룡~흑석으로, 열차 모의시험에서 평균 시속 78.42㎞로 달려 6분21초가 걸렸다. 역간 거리가 가장 짧은 구간은 1.2㎞ 떨어진 덕암~신탄진(운행시간 1분32초)이었다. 신설되는 용두역은 대전도시철도 1호선(운행중), 도마역은 도시철도 2호선(추진중)과 연결되는 환승역이다.
송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