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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권 바뀌면 원점…사용후핵연료, 지역주민에 신뢰 심어줘야”

등록 2015-02-23 19:58수정 2015-02-23 22:44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왼쪽)과 홍두승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장(오른쪽)이 16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가운데는 사회를 본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왼쪽)과 홍두승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장(오른쪽)이 16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가운데는 사회를 본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좌담] 사용후핵연료 처리 해법은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을 한 기라도 가동하는 이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의 해법을 찾기 위해 홍두승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장과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과의 대담을 벌였다. 홍 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민간자문기구인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2013년부터 맡아오고 있다. 이달 11일로 서울대 교수(사회학)를 정년퇴임한 그는 2005년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부지선정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헌정 사상 최장수 여성장관’(1999년 6월~2003년 2월)을 기록한 이로 <원자력 딜레마> <원자력 트릴레마> 등의 저서를 펴낸 원자력 전문가다. 현재 그린아시아21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대담은 2월1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됐으며, 사회는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가 맡았다.

홍두승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장
홍두승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장
사용후핵연료 자체는 위험
안전하게 관리했을때 안전한 것
정부가 국민에게 알려 국민 이해 구해야

선호시설과 동시 추진 바람직
주민들의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상응하는 혜택을 주는 것이다

사회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 2004년인데, 우여곡절을 거치며 2013년부터 현재의 공론화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문제라는 얘긴데, 어떤 어려움과 문제가 있는 것인가?

김명자(이하 김) 공론화 과정이 언론이나 국민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하고, 원자력계와 시민단체 등 소수 전문가의 찬반 논의가 되는 것 같다. 쟁점 해소와 합의 도출의 협상 능력이 열쇠다. 당초 공론화 원칙으로 제시된 책임성, 투명성, 숙의성, 통합성, 회귀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과제다.

사회 홍두승 위원장도 사회과학자이지만 이 문제에 쭉 관심을 갖고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핵폐기물 또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홍두승(이하 홍)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 전제조건으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1차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 그동안 해놓은 약속들을 잘 안 지켰고, 정권이 바뀌면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이런 게 누적되다 보니 원전 지역에 가보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 공론화위원회도 정부가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 공론화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중간의제는 어떤 내용인가?

영구처분 시설의 필요성과 시점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린 바 없다. 현재 저장되고 있는 시설 용량 등 종합했을 때 2055년까지는 영구처분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설 기간, 부지 탐색 등의 필요 기간을 역산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어찌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는다. 지금은 각 발전소에 저장돼 있지만 2016년(고리 1호기)부터 점차적으로 포화된다. 이 기간 중 안전하게 관리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 김 전 장관님은 중간의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중간의제보다는 그 이전 단계의 관리방안 도출이 시급하다. 최근 국제 동향을 보면, 중간저장 단계가 매우 장기화되는 추세다. 당장 조밀저장(핵다발을 좀더 촘촘히 저장하는 방식)과 호기간 이송(새로 건설 중인 원전으로 기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옮기는 방식) 이후의 중간관리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

사회 올해는 공론화위가 지역 여론 수렴에 집중하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 달라.

현재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울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용후핵연료를 갖고 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가 존재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지에 대해 중지를 모아보자는 것이다. 여론 수렴을 하고 각 원전지역에 자체적으로 꾸려진 특별위원회의 의견도 받아서 권고안을 만들 계획이다.

사회 가장 큰 관심사는 안전이다. 가치 판단 이전에 최소한의 기술적 확실성이 있는 것 아닌가?

원전 사고로 인해 나라 안팎에서 안전목표와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어느 정도가 안전한가’가 문제인데, 전문가와 지역주민 사이의 인식 격차가 크다. 기술적인 해답도 중요하지만, 안전 운영에 대한 신뢰가 큰 영향을 미친다.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 결정에서도 강화된 안전기준에 부합되는가가 관심사다. 새로운 안전기준을 사업자가 철저히 지키며, 규제기관이 지역주민의 눈높이에서 감독을 제대로 한다는 신뢰를 얻는 것이 관건이다.

사회 공론화위는 6월 말 권고안을 내고 해체가 될 텐데, 앞으로의 공론화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달라.

공론화위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목표로 한정되어 있지만, 여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면 다른 사회적 갈등 영역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공론화위에 국한해서 보자면,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민간 자문기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고, 권고 기능에 그친다. 또한 이 문제는 산자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행정자치부, 외교부 등이 모두 관계되어 있다. 그래서 보완책으로 만든 것이 국무차장이 위원장이 된 범부처 협의체다. 여기서 회의를 하고 의견교환을 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구도 자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갈등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위원회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조직으로 상시 편성해두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사회 영국의 경우를 보니 공론화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이 높았다. 정부도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해서 정책화했다.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CoRWM)에서 다루었다. 잘 운영됐고, 정부도 그 결과를 수용했다. 지역주민, 이해당사자,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돋보인다. 원전 비중이 70%를 넘는 프랑스의 경우 초기에 의회가 갈등 해소 기능을 잘한 것으로 평가된다. 17대 국회에 들어가 보니, 전국의 쟁점이 다 국회로 몰려든다는 게 느껴졌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 입법 활동을 하는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 외국에서도 일반 대중이 이 문제에 관심이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

그렇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조사를 보면 원전 찬성이 반대에 비해 거의 항상 더 높게 나온다. 심지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뒤에도 그랬다. 이유는 정책에 대한 신뢰라고 본다. 미국의 원자력 규제에 대해 별로 심각한 비판이 제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원전 지역 인구밀도가 적으니, 기술 위험에 대한 인식도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교육·설득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주민에 선택 맡기는 게 성공 열쇠
이해 당사자 따라 맞춤형 소통해야

‘3대강 수계 물관리 법’ 제정 때
영남지역 주민들에 일일이 편지
정직과 신뢰로 관철 가능했다

사회 국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스웨덴의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영구처분 시설 담당자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담당자가 한마디를 했다. “감추지 마세요.” 굉장히 강한 인상을 받았다. 공론화위 역시 감출 것이 없다.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신뢰를 쌓는 방안이다.

사회 현재 저장시설을 건설한 것은 중저준위 폐기물인데, 지금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이다. 리스크의 크기나 관리기간으로 보면 사용후핵연료가 훨씬 중요한데, 중저준위 폐기물 부지에 우선순위가 밀렸다. 정작 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1980년대 이후 내내 중저준위와 고준위를 함께 처리하는 정책을 고수하다가 2004년에 분리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나라도 해결하기 위한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더 어려운 과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결과가 됐고, 계속 미뤄졌다. 입법화를 통해 정권과 상관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 공론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최종처분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이전 단계를 논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법체계는 분산되어 있고 체계성과 일관성이 미흡하다. 정비할 필요가 있다. 몇 명의 전문가가 탁상에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상위 체계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등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해결 과제로 보인다.

공론화위원회에서 법과 제도의 정비 문제도 제안할 것이다. 또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 없는데 어휘가 다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오는 갈등이 있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비는 정부의 몫이지만 그 필요성이나 무엇이 어떻게 정비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공론화위에서 할 수 있다.

현행 체계에 의하면, 2005년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현 원자력환경공단)이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설립됐고 재원도 그런 틀로 짜여 있다. 그리고 원전 부지 밖에서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한다는 골격이 짜여 있는 터라, 공론화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현행법이 있다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법을 제·개정해야 한다. 무엇이 최적이고 바람직한지를 찾아야 한다.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권고보고서에 넣을 것이다.

사회 사용후핵연료의 공론화를 위한 방향을 말씀해 달라.

사용후핵연료 등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안을 해결하는 주체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특히 기피시설인 경우, 선호시설과 함께 지역에 들어서도록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들의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또는 그 이상의 혜택을 줌으로써 지역 주민 스스로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는 부처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고선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대전제조건은 국민의 안전이다. 사용후핵연료 자체는 안전하지 않다. 안전하게 관리했을 때 안전한 것이다. 이를 알리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고 지역도 실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통에서는 우선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 교육과 설득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최종 선택은 지역사회에 맡긴다는 태도를 가졌다는 게 선진국의 성공담이다. 또 원자력 산업의 이해당사자는 다양하니, 각각 맞춤형의 소통을 하라는 것이 결론이다. 한국여기자협회가 주관한 사용후핵연료 포럼에 참가해 스웨덴 시찰을 한 적이 있다. 홍보 담당자는 지역주민을 소규모로 만번 이상 만났다고 했다.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찬성 의견은 자동차의 액셀로 여겼다고 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운행할 수가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사회 사용후핵연료처럼 민감하고 복잡한 갈등 의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는 정부가 확고한 결정을 하도록 기초적인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은 정부가 책임지고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15년 전 환경부에서 일하면서 가장 갈등이 심했던 정책과제가 ‘3대강 수계 물관리 특별법’ 제정이었다. 특히 낙동강 대책의 경우 상류와 하류 사이에서 10여년 동안 난제였기 때문에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고, 모형으로 ‘화형식’까지 당했다. 이 특별대책은 전국 수계의 수질 관리를 위해 규제는 강화하면서 5000억원대의 물이용 부담금을 새로 물어야 하는 정책이었다. 쉬울 리가 없었다. 영남지역 주민에게 2만3000통의 편지를 썼다. 특별법 통과 이후에도 감사편지 2만3000통을 띄웠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안전한 기술은 없다. 원전의 경우에는 특히 최대한 안전하도록 운영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정직과 신뢰가 열쇠다.

정리 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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