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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입수 과정 위법하더라도 증거로 쉽게 채택…2007년에야 ‘적법 절차 준수’ 조항 마련

등록 2015-01-25 20:36수정 2015-01-27 11:45

절차 어겨 수집한 증거, 과거엔?
김태환 지사 선거법 위반 상고심 때
“증거 인정 못해” 39년만에 판례 바꿔
“위반 정도 고려해야” 예외 길도 터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단과 검찰은 유무죄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준수 여부를 놓고도 치열하게 다퉜다. 대법원은 사실상 검찰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번에 논란이 된 내용들은 10년 전쯤에나 별 문제 제기 없이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만한 것들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수사기관은 인신구속은 물론 증거 수집에서도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받았다. 아무리 절차를 위반했더라도 위조된 것이라는 증거가 없는 한 법정에 제출되면 유죄 인정의 근거로 쓰였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형사사건에서의 적법절차 원칙이 강조됐고, 상대적으로 조작이 쉬운 피의자신문조서 등 진술증거에 대해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보는 흐름이 강화됐다. 반면에 진술증거가 아닌 증거물에 대해서는 입수 과정에 위법이 있더라도 물건 자체의 성질이나 형상이 변경된 게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법 선진국들처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4월 국회는 형사소송법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2007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39년간 유지해오던 판례를 바꿨다. 대법원은 다만 “위법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절차 위반의 정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사법정의를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면 예외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선언하면서 위법의 정도보다 진실규명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면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제기된, ‘예외 없이 위법 수집 증거를 배제한다고 법률에 못박으면 수사를 과도하게 억제하는 역효과가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 뒤 법원에서는 이 판례에 비춰 증거 채택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배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게 하급심의 추세인데, 이석기 전 의원 사건을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법원이 ‘예외’를 지나치게 확대 적용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직접적이고 중대한 인권침해가 없었다면 작은 절차적 위반은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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