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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아직도 이석기가 위험한가? / 박진

등록 2018-07-30 18:31수정 2018-07-31 13:17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2013년 8월28일. 새벽부터 전화가 울린다. “압수수색한다고 왔어요. 어떻게 하면 좋아요?” 흔하디흔한 국가보안법 사건이라 생각했다. 아침이 되니 상황은 만만하지 않아 보였다. ‘내란음모 혐의로 압수수색 진행…’ 헤드라인들이 보였다.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내란음모라고? 국정원이 하다 하다 별짓을 다 한다 싶었다. 하지만 결코 웃을 일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날 이후 통합진보당 해산까지, 어쩌면 이석기 전 의원이 여전히 감옥에 있는 오늘까지 상황은 끝나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 또는 이석기 소위 ‘내란음모 사건’…. 팽창한 혐오감이 터져, 공기 중으로 흩어진 사건. 나는 그렇게 부른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혐오 사건’.

“괜히 옷을 한번 더 털게 돼요. 이거 뭐지? 영수증이네. 일단 찢어. 책, 사회과학책 없는 집이 어디 있겠어요. 나중에 뭐를 할지 모르니 이것도 갖다 버려. 나의 주변을 하나하나 버리게 되더라고요. 그것도 나의 기억인데, 어떻게 보면 나의 역사를 없애는 거고. 벌거벗고 사는 거구나.”(5월 정세강연 참석자 ㄱ씨)

2013년 11월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와 가족을 인터뷰하러 갈 때도 몰랐다. 신념과 확신에 찬 사람들이니, 잘 이겨내고 있으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두려움과 외로움에 갇혀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나조차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권활동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소위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인권침해 보고대회의 제목은 그렇게 결정됐다.

“<티브이(TV)조선>에서 와서 저희 집 내부랑 막 찍으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행히 1층 아줌마가 안 열어줘서 그냥 외형만 찍고 간 거 같아요. 근데 그날 저녁에 ‘엠비시(MBC) 9시 뉴스’에 제 얼굴이랑 저희 집이랑 다 나갔다 그러더라고요. 방송사에서 찍지 못했는데, 국정원에서 우리 동의도 없이 다 넘겨준 거예요, 사진을.” (구속자 가족 ㄴ씨)

공영방송들은 메인 뉴스에 내란음모 사건을 네 꼭지나 방영했다. 국정원과 경찰의 말을 확산시키는 데 급급했다. 직전까지 ‘국정원 선거 개입’ 보도에는 침묵을 보인 그들이었다.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 일부 당원이 모인 5월 강연회는 국가를 전복하고 내란을 음모하는 아주 특별하고 능력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년 뒤 탱크와 총으로 무장한 군대가 계엄을 준비하고 동선까지 고려한 계획이 밝혀졌지만, 통합진보당 보도보다 충격적이게 다뤄지지 않는다. 마치 내란음모에 관한 한 이석기 전 의원이나 통합진보당보다 강한 실체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벗겨졌지만, 내란선동 등으로 9년을 선고받아 5년째 수감 중이다. 그러나 이미 결론은 사건 초기에 다 내려져, 돌이킬 수 없는 공포와 혐오의 얼굴이 됐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한때 양심수였다. 양심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에서는 실정법을 위반했더라도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한 반대자들, 국민저항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적 방법을 사용했던 투옥 인사들과 비전향 장기수 모두를 양심수로 본다. 양심수 명단을 국외에서 확인하는 게 더 정확한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을 주장하고 있다.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는 이석기 전 의원 구속을 ‘자의적 구금’(즉 불법적 구금)으로 규정했다.

새 정부에 아직도 양심수 석방이 단 한명도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도 이석기가 위험한가? 이렇게 혐오와 공포에 휩싸여 평화체제는, 통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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