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한국전쟁을 꼽았다. 사진은 달구지에 비상용품을 싣고 강변에 도달한 한국전쟁 피란민 행렬. 멀리 무너진 철교도 보인다. 배경은 한강으로 추측된다. 촬영연도 미상/국가기록원
[광복 1945 희망 2045] 전문가 조사
전문가 102명 중 50%가 꼽아
다음으로 6월항쟁·외환위기 순
전문가 102명 중 50%가 꼽아
다음으로 6월항쟁·외환위기 순
“민족의 발전, 변혁과 갈등, 모순을 모두 담은 씨앗과 같은 역할.”(이건주 사법연수원 부원장)
“분단의 고착화, 이념갈등의 극단화, 반공의 국내 정치적 억압의 도구화.”(강원택 서울대 교수)
<한겨레>가 광복 70년 새해를 맞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한국전쟁’(50%)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앞서 <한겨레>가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전쟁’을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지만, 응답 비율은 15.5%에 그쳐 전문가 조사 결과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체제가 고착화되면서, 남북 대결을 이용한 집권층의 ‘공포정치’가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지배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민주화운동이나 인권·노동운동 등 사회변혁을 위한 움직임을 ‘빨갱이’ ‘종북’으로 매도하며 탄압해 사회의 다원적 발전의 길을 막고 있다는 얘기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전쟁 이후 한국에서의 사회운동은 이른바 반공주의로 말미암아 모진 고통을 거쳐야 했다.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이후 한국 사회운동의 과정이었지만 매우 지체되었다”고 평가했고,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전쟁이 증오의 정치로 현재화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평화정책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한국인의 심성과 경제정치적 상황을 왜곡하고 황폐하게 만들었다”(이나미 이나미심리연구원 원장), “우리 사회의 역사적 동력을 모두 흡수하여 무력화시키는 일종의 ‘블랙홀’과 같은 사건”(강신준 동아대 교수)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전쟁과 함께 ‘6·10 민주항쟁’(11.8%), ‘1997년 외환위기’(8.8%) 역시 한국 사회의 틀을 뒤흔든 사건으로 평가됐다. 6·10 민주항쟁은 “해방 이후 계속된 권위주의 정권 시대를 종식시키고 최소한의 정치적 민주화를 이뤄낸 사건”(소설가 정유정씨)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됐다.
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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