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가 후대에게 물려줄 가장 큰 자산으로 ‘민주화’를 압도적으로 꼽았다. 사진은 1987년 7월9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노제애 운집한 시민들 모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광복 1945 희망 2045] 전문가 조사
진보·보수 모두 이견 없어
“실질민주 못이룬채 퇴보” 견해도
상당수 ‘경제적 성과’ 함께 꼽아
진보·보수 모두 이견 없어
“실질민주 못이룬채 퇴보” 견해도
상당수 ‘경제적 성과’ 함께 꼽아
전문가들은 후대에 물려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자산으로 ‘민주화’를 압도적으로 꼽았다. 민주화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꼽은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한겨레>가 광복 70년 새해를 맞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해방 이후 70년 동안 한국 사회가 이룬 가장 중요하면서도 후세대에 물려줄 만한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전문가의 40.2%(41명)가 ‘민주화’라고 답했다. 민주화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꼽은 대답도 28.4%(29명)로 적지 않았다. ‘경제성장이나 산업화, 시장경제 등 경제적 성과’만 꼽은 전문가는 12.7%(13명)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자신감이나 의지력 5.9%(6명), 교육열이나 교육제도 등 3.9%(4명) 등의 응답도 있었다.
진보든 보수든 이념적 성향과 상관없이 ‘민주화’를 주요 성과로 꼽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진보적 성향의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1980년 광주항쟁과 1987년 6월항쟁 및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룬 민주화”라고 강조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도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일궜다는 점”이라며 “주권자인 시민들 자신이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대해 말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꼽히는 전원책 변호사도 “짧은 기간 동안 신분제도를 철폐하고 기회의 균등을 실현하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이를 통해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 토양을 닦아 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화를 최대 성과로 꼽으면서도 여전히 민주화 정도가 미흡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독재정치를 종식시키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이룬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까지 이르지 못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보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울러, 진보적 성향의 전문가들도 지난 70년 동안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매겼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분단된 한반도 현실 속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해온 민중·시민의 저력과 그에 대한 자부심”을 꼽았다. 정태인 칼폴라니연구소 창립준비위원도 “구식민지국가 중 이 정도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는 없다”고 평가했으며,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화와 시장 경제의 병행발전체제”라고 강조했다.
후대에 물려줄 자랑거리와 관련해 ‘경제적 성과’라는 응답은 주로 경제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장은 “인구가 5천만이 넘으면서 1인당 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하는 7개 국가 가운데 하나를 만들었다”며 경제적 성과에 방점을 찍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도 “경제성장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외에 △가난을 극복해가는 끈기와 운명공동체 의식(김영수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우리의 저력·가능성에 대한 확신감(유호열 고려대 교수) △한국적 기질이나 특성에 대한 자신감(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등 정신적 측면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비관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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