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세대’라 일컬어지는 20대 젊은이들의 우리 사회에 대한 비관이 깊어지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지금 20대는 과거와 비교해봐도 아파도 너무 아팠다.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20대들의 기운을 북돋워줄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겨레>가 광복 70년을 맞아 실시한 이번 특별 여론조사에서 20대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20대들은 우선 ‘내가 사는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만족도부터 낮았다. 10명 중 3명(28.4%) 정도만이 내가 사는 나라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평균(38.7%)보다 10.3%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세대인 60대 이상(55.5%)과 비교하면 만족한다는 의견이 절반 수준(27.1%포인트 차이)밖에 안 된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미래 전망에는 더욱 부정적이었다. 지금의 여러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 사회에 대한 평가를 묻는 항목에서 20대들은 10명 중 7명(71.6%)의 압도적 다수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런 응답을 한 이들 가운데 2명(16.4%)꼴로 ‘매우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반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20대는 3명 중 1명(26.1%)에도 미치지 못했다.
20대들은 우리 사회 상황의 개선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36.1%)이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적었고, ‘나빠질 것’이란 의견(34.1%)은 가장 많았다.
특히 10년 전과 비교하면, 20대들의 비관적 상황 인식이 크게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5월 <한겨레>가 창간기념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니, 이번 조사에서 30~60대 이상 세대에선 내가 사는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적게는 7%포인트에서 많게는 2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유독 20대에서는 만족한다는 답변이 10년 새 0.3%포인트(2004년엔 2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실상 변한 게 없는 것이다.
또 우리 사회의 먼 미래 전망에 대해 60대 다음으로 낙관적이었던 20대는 10년 만에 가장 비관적인 세대로 돌아섰다. 2004년 20대의 57%가 더 나은 미래를 예상했지만, 10년 만에 그 비율은 36.1%로 추락했다. 대신, 미래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의견은 9.2%에서 34.1%로 4배가량 늘었다.
20대가 본 우리나라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실업·학자금빚 짓눌린 20대
“미래 나빠질 것” 34%로 최다
10년새 가장 비관적 세대로
‘사회보장과 평등’ 바라지만
증세에는 대부분 반대 의견
높은 청년실업률과 학자금 대출 등으로 늘어난 빚 때문에 ‘삼포세대’(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넘어 ‘오포세대’(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세대)로 전락한 20대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번 조사에서 20대들은 ‘경제적 불안정성’(67.8%)과 ‘사회적 성공과 인정을 받지 못해서’(20.7%)를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경제적 어려움 등에 짓눌린 탓인지 20대들은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으로 ‘빈부격차가 적고 사회보장이 잘돼 있는 나라’(36.8%), ‘힘없는 사람들도 평등하게 보호받는 나라’(30.6%)를 우선적으로 꼽으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증세’에는 가장 부정적이었다.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던 30~50대와는 달리, 20대는 ‘지금 수준을 유지’(60.7%)하거나 ‘낮추는 것이 좋다’(23.8%)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유독 20대의 비관이 도드라지긴 하지만 다른 세대들의 우리 사회에 대한 전망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여기는 의견이 60.5%에 이르는데다, 우리나라의 미래 상황이 더 나빠질 것(26.2%)이라고 내다본 응답자가 10년 전(16.1%)에 비해 10.1%포인트 늘었다. 내 나라에 대한 전체적인 만족 응답이 10년 전(26.9%)보다 11.8%포인트 상승했다곤 하지만, ‘그저 그렇다’(40.5%)고 밝힌 이들 중 69.5%는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낙관에서 비관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는 모양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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