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이지(EG) 회장이 1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등 청와대 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닫은 채 귀가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문건유출 혐의 경관 회유 의혹 쟁점화
보고서 언론유출 지목 최 경위
유서·영장심사때 의혹 제기
청와대선 ‘사실무근’ 재확인
한 경위, 연락 끊고 행방묘연
보고서 언론유출 지목 최 경위
유서·영장심사때 의혹 제기
청와대선 ‘사실무근’ 재확인
한 경위, 연락 끊고 행방묘연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청와대가 문건 유출 혐의로 조사받는 경찰관을 회유했다는 의혹이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정윤회씨나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부당한 국정개입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써가고 있으나 ‘청와대가 수사를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검찰은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이 2월에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둔 청와대 보고서를 한아무개(44) 경위가 복사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숨진 최아무개(45) 경위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경위가 이 보고서들을 언론사와 한화그룹 정보 담당자에게 유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제출한 한 경위의 범죄사실에는 ‘최 경위에게 문서를 전달했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이후 청와대 보고서 유출은 모두 최 경위를 통해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청와대에서 문서를 반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와 반출된 문서를 언론사 등에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나눠서 보고 있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최 경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의 주범이 된다. 하지만 최 경위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체포되기 하루 전인) 8일 민정비서관실에서 나온 파견 경찰관이 한 경위를 만나, 박 경정이 정보1분실에 둔 청와대 보고서를 복사해 나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하면 기소를 피하게 해주겠다고 회유한 사실을 털어놨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한 경위를 회유해 보고서 유출 혐의를 자신에게 씌우려고 해 억울하다는 취지다.
최 경위는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유서에서도 “민정비서관실에서 너(한 경위)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 경위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소속 비서관 등이 고소해 이뤄지는 수사에 직접 개입해 압력을 행사한 것이 된다.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는 15일 ‘한 경위가 인터뷰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접촉이 있었고, 회유가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의혹은 더 커졌다. 하지만 보도 이후 한 경위의 변호를 맡은 황현대 변호사는 “한 경위는 제이티비시 기자와 전화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한다. 또 제이티비시 기자가 한 경위가 있는 병원에 찾아오긴 했지만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 황 변호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한 경위를 민정수석비서관실의 그 누구도 접촉한 사실이 없고 제안도 없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진실 게임’ 국면에 접어든 청와대 회유설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은 한 경위뿐이다. 한 경위는 휴대전화를 꺼둔 채 외부와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황 변호사는 “한 경위는 최 경위 사망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12일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아 입원한 상태다. 가족과도 떨어져 혼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경위는 서울 강동구의 한 병원에 머물다 기자들이 찾아오자 다른 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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