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5일 오전 ‘정윤회 국정개입 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 질문에 답하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 회장 회사 출근도 않는듯
검찰 출석길 조 전 비서관
“부끄러운 짓 한 적 없다” 밝혀
세계일보, 압수수색 대비 긴장감
검찰 출석길 조 전 비서관
“부끄러운 짓 한 적 없다” 밝혀
세계일보, 압수수색 대비 긴장감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와의 권력암투설이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6) 이지(EG)그룹 회장이 모습을 감췄다. 박 회장은 3일 서울 논현동 이지그룹 서울사무소에 출근하는 장면이 언론에 잡힌 뒤, 정씨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파문으로 정국이 요동친 5일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지그룹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박 회장이 원래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취재진이 몰리는 바람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은 하루 종일 취재진 수십명이 박 회장을 만나기 위해 회사와 서울 청담동 집 앞을 지켰다. 회사 관계자들은 전날 밤 박 회장의 집 앞으로 찾아와 “회장님을 만날 수 없으니 돌아가라”는 말만 기자들에게 반복해서 전했다.
두문불출하는 박 회장과 달리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이날 오전 여유있는 모습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검찰 조사에 응했다. 조 전 비서관은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 부하 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몰려든 취재진에게 “지금 걱정되는 게 (기자들에게) 떠밀려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들고 온 가방에 “제출할 증거가 들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목도리, 조끼, 커피믹스를 들고 왔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 직원들이 자신의 팔짱을 끼고 청사로 들어가려 하자 “잡지 마시죠”라고 말한 뒤 취재진을 뚫고 걸어 들어갔다.
한편 이날 오전 ‘정윤회 보고서’를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세계일보사 사옥 안팎엔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찰은 즉각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며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세계일보 쪽은 외근 기자들을 불러들이고 건물 셔터를 내리는 등 압수수색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장은 오후 3시40분께 “압수수색이 이뤄질 경우 언론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 (압수수색 시도를) 적극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태우 정환봉 김규남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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