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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속전속결’…‘국정개입’ 조기진화 쉽지 않을듯

등록 2014-12-05 21:12수정 2014-12-06 00:56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파문
‘권부에서 벌어진 파워게임 와중에 대통령 비선 라인의 국정 관여를 폭로한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됐다. 이에 청와대가 해당 언론사를 고소했고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다.’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사건의 얼개는 정치 드라마의 들머리를 보는 듯하다. 수사 초기 검찰의 행보는 드라마처럼 신속하다. 속전속결로 ‘뜨거운 감자’를 털어내겠다는 것인데, 앞으로도 애초 바람대로 상황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문체부 인사 관여’라는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일 사건 배당과 함께 수사팀을 구성한 뒤 곧바로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에 나섰다. 고소인(김춘식 행정관)과 핵심 참고인 및 피의자(박관천 경정,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들을 잇따라 소환했고, 박 경정의 사무실과 집,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경찰관들의 집, 모임이 열린 곳으로 지목된 식당 등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이렇듯 거침없는 검찰 행보의 바탕에는 ‘사건 자체는 단순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보고서에 이른바 ‘십상시 모임’ 참석자·장소·시간 등이 특정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 자체가 청와대에서 작성됐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돼 있다. 결국 보고서 작성 경위와 근거 등만 파악하면, 이를 근거로 한 보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출 경로’ 파악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나갈 때 자신이 작성한 문건들을 “출력해서 가지고 나갔다고 들었다”고 했고, 부하 직원을 시켜 현재 근무 중인 경찰서의 컴퓨터 파일을 삭제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혐의’ 입증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판단인 것이다. 수사팀 안팎에서는 “성탄절을 전후해, 적어도 해를 넘기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하자”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소환조사·압수수색 파죽지세
‘십상시 모임’ 참석자·장소 특정돼
진위 파악 어렵지 않다고 판단

“해 넘기지 않고 수사 마무리”
수사범위 최소화·조기종결 바라

‘문체부 인사 관여’ 새 변수 나타나
검찰 고민 갈수록 깊어질 가능성

검찰을 바삐 움직이도록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중압감이다. ‘궁중암투’라는 소재를 다루기 위해서는 권부를 헤집을 수밖에 없는데, ‘칼’을 잘못 휘두르다가는 칼날이 자신들을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도 이 사건 수사가 새해까지 이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이 바라는 ‘조기 종결’에 중대한 ‘변수’가 터져 나왔다. 정윤회씨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승마협회 내부 일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실무 국장·과장을 직접 언급하며 인사 조처할 것을 지시했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간 뒤, 5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확인하면서 사건의 파장은 확산 일로에 접어들었다.

특히 유 전 장관의 발언 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유 전 장관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만큼 고소장이 접수되면 검찰로서는 수사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됐다. 특히 사건의 성격상 현재 진행 중인 ‘국정 개입’ 수사에 병합할 가능성이 높다.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의 명예훼손 여부와 문건 유출을 넘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국정 농단’ 자체를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럴수록 검찰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수사 범위가 넓어지는 것 자체도 부담이거니와, 설령 정윤회씨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통해 공직 인사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내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처벌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정윤회씨가 ‘십상시’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구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정씨가 3인방 등과 어떤 식으로든 교류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문제는 검찰이 그런 (은밀한) 구조에 접근하기 어렵고, (금품수수를 찾아내지 않는 한) 법적 처벌도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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