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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첩보 입수경위 파악 못한 채…청와대에 ‘합법 감찰’ 면죄부

등록 2014-05-07 20:33수정 2014-05-08 19:48

‘채동욱 뒷조사’ 부실수사 논란
소환없이 서면·방문조사로
‘공무원 감찰’ 청 논리 수용
가족관계부 조회 지시한
윗선도 못 밝히고 마무리
검찰은 7일 내놓은 수사 결과에서 채아무개(12)군 주변을 샅샅이 훑어 채군을 채동욱(56)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사실상 ‘확정’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불법개입을 원칙대로 수사하려 한 채 전 총장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됐다. 하지만 부실한 수사로 채 전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긴 청와대는 면죄부를 받았다.

수사 결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사기관이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뒷조사를 무턱대고 합법적 감찰로 규정한 대목에 있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지난해 6월24일~7월2일 채군과 어머니 임아무개(55)씨의 주민등록번호와 학적부 내용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임씨가 채 전 총장의 부인 행세를 하며 형사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는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민정수석실은 이를 확인한다며 특별감찰 기능이 없는 교육문화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까지 동원했다. 그럼에도 신유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런 활동이 “고위 공직자 감찰을 주 임무로 하는 청와대 특감반의 직무 권한 내의 정당한 감찰”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특감반의 설립 취지와 어긋난다. 2003년 창설된 특감반은 대통령의 정적이나 민간인 사찰 시비를 피하려고 조사 대상을 ‘공직자 및 대통령 친인척’으로 한정했다. 조사 방식도 ‘임의조사’로 엄격히 제한했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해석대로라면 공무원과 관련 있다는 명분만 있으면 정부가 민간인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봐도 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범을 엄벌하는 추세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수사와 공소 제기를 위해 필요한 경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등에만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부처의 감찰 부서들은 민간인 조사가 필요하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다.

지난해 혼외자 의혹 보도 직후 청와대의 행동을 봐도 ‘합법 감찰’이라는 논리는 사후에 꿰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합법 감찰이라면 못 밝힐 이유가 없는데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조선일보> 보도 직후인 지난해 9월16일 “보도 전에는 어떤 확인 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도 검찰의 굴신으로 일관됐다. 검찰은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에서 채군 모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조회한 특감반의 김기헌 경정을 소환조사 하려고 했으나 청와대가 서면 진술을 고집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집 근처에서 만나 몇가지 물어보는 데 그쳤다. 통화내역 조회와 같은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쪽도 서면조사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는 상식적으로도 모순에 가깝다. 검찰은 지난해 6월11일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 조회를 부탁하고 이를 따른 조오영(55)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조이제(54)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은 검찰이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채 전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날이다. 하지만 같은 달 24일 채군 모자의 뒷조사에 착수했다는 민정수석실 특감반의 활동은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단지 13일의 시차 외에 아무런 설명이나 근거도 없이 불법과 합법이 갈린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총무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의 뒷조사가 분명히 연관됐는데도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은 조 행정관이 누구 지시를 받았는지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의 상관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다. 결국 조 행정관 선에서 수사가 멈춰 선 셈이다.

이번 수사에서는 서초구청의 조 국장이 지난해 6월11일 송주원 국정원 정보관(불구속 기소)에게 채군의 개인정보를 알려준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송씨는 하루 전에도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을 시도한 바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채 전 총장의 뒷조사에 조직적으로 나섰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수사 결과는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책임, 나아가 박 대통령에게 향하는 의혹만 깨끗이 털어내준 모양새가 됐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채동욱 사건 수사, 흥신소로 전락한 검찰 [오피니언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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