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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당해산’의 기준은? 정부-진보당 치열한 공방

등록 2014-02-18 21:09수정 2014-02-19 09:31

정부 “정당의 목적이 위헌적이면 해산 가능”
진보당 “실현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18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및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사건 2차 공개변론에서 정부와 진보당은 ‘구체적 위험성 없이, 정당의 목적이 위헌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이날 변론은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등 혐의로 전날 수원지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 열려 주목을 받았다.

정부 쪽 참고인들은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할 경우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진보당 쪽 참고인들은 ‘목적이 위헌적이라도 실현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관들이 어느 논리를 받아주느냐에 따라 최종 결론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쪽 참고인으로 나온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목적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정당해산 제도의 목적이다. 정당해산을 위해 구체적 위험성을 요구한다면 정당해산 제도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당해산 제도가 존재하는 한 위헌적 목적을 강령에 명백히 표방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 활동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 위험이 현실화돼서 혼란이 생기면 정당해산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실현 가능성만 따져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부 쪽 참고인으로 나온 장영수 고려대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다만, ‘목적’의 위헌성을 따지기 위해 ‘활동’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드러내놓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당론이나 강령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은폐된 목적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를 확인하려면 정당의 활동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당의 공식 의사결정을 통했다면 정당의 활동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당연히 은폐할 것이기 때문에 당의 공식적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았다해도 당원들이 정당의 성격과 부합되는 활동을 했고, 그 활동이 정당의 매개 없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정당의 활동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보당 쪽 참고인으로 나온 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정당의 목적만으로 해산을 결정할 경우 논쟁이 구체성 없이 추상적·이념적으로 흐르게 된다. 해명도 힘든 모호한 정신적 차원에서 정당해산 심판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반민주적 목적을 가진 정당이라해도 정당의 활동이 구체적 위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입증됐을 때 해산을 결정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논의를 먹고 산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큰 장점이자 약점이다. 민주주의는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사는 것이다. 구체적 위험성 입증 없이 목적만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하는 건 ‘죽는 것이 두렵다고 자살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성 재판관이 “정당의 목적이 명백히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고 있다해도 구체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선동하지 않으면 해산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정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진보당 쪽 참고인으로 나온 송기춘 전북대 교수도 “정당의 목적이 위헌적인지를 판단하려면 구체적 행위가 수반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송 교수는 “단순한 목적의 표방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추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이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 해산결정에서 제시된 요건”이라며 “진보당의 목적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3차 공개변론은 다음달 11일에 열린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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