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단은 사법부 판단과 무관”
17일 수원지법이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 등 이른바 ‘아르오’(RO·혁명조직) 구성원들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심판 및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사건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아르오 활동이 위헌적인지, 아르오 활동을 진보당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등 아르오와 관련된 쟁점은 헌재가 추린 7가지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원지법의 유죄 선고는 법률적으론 헌재의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헌재 관계자는 “사법부 판단과 헌재 판단은 무관하다. 사법부가 다루는 아르오 활동의 위법성은 헌재 사건의 여러 쟁점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이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헌재도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다고 보긴 어렵다.
‘아르오 활동이 위헌적’이라는 사법부의 1차 판단이 진보당 해산으로 연결되려면 ‘아르오 활동은 진보당의 활동인가’라는 질문을 통과해야 한다. 변호인단은 이 지점에서 정부와 맞서고 있다. ‘일부 당원들의 활동을 정당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법무부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독일공산당을 해산할 때 내놓은 이른바 ‘귀속 이론’을 내세운다. ‘정당 주요 간부의 활동은 정당활동으로 본다’는 논리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르오 구성원 가운데 32명이 진보당의 간부급 시·도당 위원장, 지역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르오는 진보당 내 주도권을 장악하고,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귀속 이론에 따르면 아르오의 활동은 진보당의 활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독일공산당 해산 판결 이후의 판결들은 당의 기본노선에 따르는 당원의 활동만 당의 활동으로 보고 있다. 아르오 활동은 진보당 기본노선과 다르다. 사법부가 ‘아르오는 별도 조직체’라고 판단했다. 이는 아르오와 진보당은 별개의 조직이라는 뜻이다. 아르오 실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조직은 진보당의 조직이 아니다. 일부 진보당 당원이 관여한 것이라 해도 진보당이 이를 승인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