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보고회서 사례 공개
차 빼달라 전화 뒤 집 들이치고
4~5명 보는데서 일기장 들춰
치료용 약품이 폭발물 둔갑도
차 빼달라 전화 뒤 집 들이치고
4~5명 보는데서 일기장 들춰
치료용 약품이 폭발물 둔갑도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산인권센터·유엔 인권정책센터 등 인권단체들은 1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인권침해 보고회를 열고 국정원의 압수수색·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들을 공개했다.
국정원의 압수수색은 모두 문을 열기 위한 거짓말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속된 피고인의 가족인 한영씨는 “둘째 아들의 이름을 대며 학생 일로 왔다고 해 문을 열었더니 막 밀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고인 가족인 박사옥씨는 “남편이 ‘이삿짐 들어오니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고 나가려는 순간 국정원 직원들이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이 과도하게 집행됐고 사생활 침해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사옥씨는 “국정원 직원이 ‘노트북 복사를 하는 데 길게는 3일도 걸린다’며 가져가는 것에 동의하라고 협박을 했지만 그래도 동의하지 않았다. 가져가면 당신이 책임지라고 했는데 결국엔 가져가 버렸다”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홍성규씨는 “일기장 같은 것을 집 안에 늘어놓고 4~5명이 보는데 그 자체가 불쾌했다”고 했다. 구속 피고인 가족인 엄경희씨는 “압수수색을 마칠 때 즈음 기자들이 오니까 커다란 압수수색 상자에 쓰레기를 넣어 나가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정원 조사관이 피의자를 비하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이영춘씨는 “국정원 조사관이 ‘부인과 결혼한 것도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것 아니냐’고 했고 과거 수감 당시 부인에게 쓴 편지를 보며 ‘부부가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하냐’며 우리 부부를 비하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물을 국정원이 왜곡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구속 피고인의 한 가족은 “남편 건강이 안 좋아서 치료용 ‘니트로글리세린’ 관련 파일을 내려받아 놓은 것이 있었는데 그 안에 폭발 위험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이게 언론에 진보당 아르오(RO) 폭파 동영상이라고 나오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압수수색 전 과정을 녹화하는 등 철저하게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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