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쿰부히말 지역 해발 3800m 오지의 타메 초·중등학교 어린이들이 지난 11일 교육봉사를 하러 학교를 방문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선생님들이 돌리는 줄을 넘어 높이 뛰어오르고 있다. 6000m가 넘는 히말라야의 고봉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과학 과목을 좋아한다는 라무 셰르파(맨 오른쪽)는 장래 희망이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전교조 교사들 네팔 오지학교 탐방
에베레스트 기슭 해발 3800m
80여명 공부하는 타메초·중교
함께 놀고 밥 먹으며 이야기꽃
학용품·옷도 전달 “교류 계속”
에베레스트 기슭 해발 3800m
80여명 공부하는 타메초·중교
함께 놀고 밥 먹으며 이야기꽃
학용품·옷도 전달 “교류 계속”
여신을 뜻하는 이름의 라무 셰르파(11)는 한국인 선생님들이 돌리는 줄을 넘어 친구들과 함께 하늘로 뛰어올랐다. 토요일이란 뜻의 이름을 지닌 펨바 셰르파(10)는 2년 동안 신은 낡은 운동화 바깥으로 엄지발가락이 훤히 보였지만, 자신의 손을 그린 그림 위에 장래의 꿈이 의사라고 당당히 적었다. 라무와 펨바는 물론 아이들 대부분은 성이 ‘셰르파’다. 티베트어로 ‘동쪽 사람’이란 뜻의 셰르파족은, 16세기 티베트에서 전쟁을 피해 히말라야 고산을 넘어 에베레스트 남쪽 기슭에 둥지를 틀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를 주축으로 산악인 등 19명으로 구성된 네팔 교육문화탐방대가 지난 11일 히말라야 해발 3800m 산간 오지의 타메 초·중등학교를 찾았다.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히말 지역의 작은 마을 타메 근방의 유일한 학교인 이곳은 8학년까지 80여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인류 최초로 텐징 노르가이 셰르파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가 셰르파족에게 도움을 주고자 설립한 ‘히말라얀 트러스트 재단’이 1963년에 세운 학교다.
탐방대가 학교에 이르는 데는 한국을 떠나 장장 6일이 걸렸다. 일행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10여명이 타는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로 갈아타고 쿰부히말의 관문인 루클라 공항에 내려야 했다. 하지만 2840m 높이의 루클라 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600m에 불과하고, 그나마 기울어져 있어 바람이 조금만 거세도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틀을 카트만두 공항에서 대기한 끝에 아찔한 루클라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또 루클라에서 타메까지는 사흘을 꼬박 걸어야 했다.
그렇지만 6일의 피로는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눈 녹듯 사라졌다. 먼 나라에서 온 선생님들은 첫 대면의 어색함을 풀려고 한국의 또래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어주었다. 그리고 몇개의 모둠으로 나눠 공기놀이, 얼굴에 그림 그리기, 자신의 손을 그리고 그 위에 꿈 적기, 즉석사진 찍어주기 등을 진행했다. 햇살이 따사로워지자 6000m를 훌쩍 넘는 고산준봉으로 둘러싸인 운동장으로 나와 단체 줄넘기를 했다. 뒤이어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웠던 대문놀이와 짝짓기가 시작됐다. 네팔의 ‘아리랑’이라 할 수 있는 전통민요 ‘레샴 피리리’(Resham Firiri: 비단 손수건이 바람에 날리네)를 함께 부르며 손을 맞잡고 돌다 사람이 만든 대문을 통과하고 짝을 짓자, 자지러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히말에 부딪혀 메아리로 울려퍼졌다. 점심시간에도 육십대 중반의 퇴직교사 박창환씨와 막내 김효정(32·대전 흑룡초) 교사까지 운동장 바닥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메뉴는 쌀을 눌러 말린 치우라에 감자와 커리를 보탠 네팔 전통음식 ‘카자’였다.
이 학교는 교사 9명 가운데 4명만이 정부가 고용한 정규직이고, 5명의 교사는 지역 공동체나 외부 재단의 후원으로 훨씬 적은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이다. 과학 담당 비정규직 교사 락파(수요일이란 뜻) 셰르파는 학교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교과서 하나로 200일 이상을 가르쳐야 합니다. 책은 적고, 학교는 추워요. 햇살이 조금만 따뜻해도 밖에 나가 야외수업을 합니다.” 실제 쿰부히말의 4000m 이상 지역은 겨울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 집이 있어도 겨울을 나러 낮은 지대의 마을로 내려간다.
히말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옷가지와 학용품을 전달하고, 기증자들이 직접 뜬 털모자를 일일이 씌워준 대원들은 ‘다냐바드’(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아이들과 작별 포옹을 했다. 천식 때문에 산행 동안 걷지 못하고 말을 타고 올라온 충남 홍성군 덕명초등학교의 1학년 담임 이은숙(45) 교사는 “여섯차례 탐방 중 다섯번 참여했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현지 선생님들과도 대화를 많이 해 서로 좋은 교육 방향을 찾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탐방대는 이후 산행을 계속해 8850m의 에베레스트 옆으로 로체, 마칼루 등 8000m급 영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렌조협곡(해발 5360m)을 통과해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그리고 18일 3년째 교육봉사를 하고 있는 카트만두 북쪽 알라포트 지역의 슈리나테스워르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대원들 중 180㎝가 훌쩍 넘는 권오기(47·굴착기 사업)씨는 2011년 교육봉사 때 만났던 사루 바부 바키제(15)와 재회했다. 당시 한국에서 가져간 부츠를 맘에 들어했지만 발에 맞지 않아 아쉬워했던 게 눈에 밟혀 신발과 의약품 등을 준비해 이미 상급학교에 진학한 사루의 집을 찾았다. 사루의 집은 햇빛을 조명으로 쓰려고 흙벽에 구멍을 냈고, 방엔 나무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 권씨는 배낭을 탈탈 털어 자신의 헤드랜턴까지 모두 건넸다.
2008년부터 줄곧 탐방대를 이끌고 있는 이세중 전교조 충남·세종지부장은 “알라포트 지역에 문을 닫은 학교가 있어 이를 인수해 학교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가 세워지더라도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연을 닮은 거짓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네팔식 ‘참교육’이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카트만두/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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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교육문화탐방대원으로 히말라야 타메 초·중등학교를 찾은 정진화 전 전교조 위원장(가운데·서울 목동중 교사)과 이미경 교사(왼쪽 셋째·오산 세마중) 등 한국 선생님들이 네팔 어린이들의 손을 잡은 채 전통민요를 함께 부르며 운동장을 돌고 있다. 뒤편에 콩테, 폼라카 등 설산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펨바 셰르파(왼쪽)가 구멍이 뚫린 운동화를 신은 채 점심을 먹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어린이들이 자신의 즉석사진을 든 채 즐거워하고 있다. 왼쪽에서 정임자 교사(광주 은혜학교)가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배낭에 참교육 깃발을 단 탐방대원들이 히말라야 고산준봉을 넘어 렌조협곡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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