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과 관련해 24일 열린 첫 피고인 신문에서 이상호(51·경기진보연대 고문) 피고인은 국가기간시설의 파괴 등에 대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예비검속의 공포로 인해 흥분하고 감정적으로 동요된 상태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진술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이날 열린 42차 공판에서 이 피고인은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타격)발언을 여러차례 하였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묻는 변호인단 질문에 이와 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 피고인 등 3명은 검찰의 신문에는 거의 대부분 진술거부로 맞섰다.
이 피고인은 한동근(48·전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홍순석(50·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과 함께 아르오(RO)의 지역책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5월 아르오 비밀회합에 참석해 유류 저장시설과 통신망 등 주요 국가기간시설의 방호 현황과 구체적 파괴 방안에 대해 다른 조직원들과 협의한 뒤 이를 모든 참석 조직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혐의(내란음모 예비 음모)로 구속 기소됐다.
이 피고인은 지난해 5월 모임에서 이석기 의원의 정세 강연을 듣고, 이어 벌어진 권역별 토론회에서 경기남부권 토론모임의 사회를 봤다. 그는 당시 “전시에 통신과 가스, 철도 등을 차단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는 거죠”라고 하는 등 국가시설 타격을 의미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다.
이 피고인은 이날 재판에서 “(예비검속 대상이라는)수원지역 한 언론인이 한 명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신념과 의지를 말해, 우리도 그러한 신념과 의지를 가져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정부에 의해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기는커녕 예비검속되거나 테러학살 등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분노와 공포심이 있다 보니 흥분해 각종 기간시설에 대해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이 강연에서 제기한 ‘물질기술적 준비’ 발언에 대해서는 그는 “전쟁을 막기 위한 물질기술적 준비는 반전을 위한 성금모금과 미국본토에서의 반전운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 발발’에 준하는 시기의 물질기술적 준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예비검속에 대한 우려와 그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주로 발언했다”고 했다
이 피고인은 또 “평택 유조창에 대해 언급했던 것은 2~3년 전에 인터넷 기사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했다”고 말했다. 타격 대상으로 언급된 분당과 혜화전화국 등 각종 기간시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수집한 것과 관련해 그는 “검토했다느니, 알아봤다느니 하는 표현은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발언임을 들키지 않고 내 말의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실제로는 이전에 언론에서 보거나 들은 내용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 피고인은 그러나 지난해 5월10일 곤지암 모임 관련해 “그곳에 늦게 도착했다. ‘모임이 끝났다’는 말을 듣고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아르오에 대해선 “어떤 조직인지 모르고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처음 들었다”고 대답했다.
이 피고인은 검찰의 모든 신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다만 국정원 제보자 이아무개(46)씨를 만난 경위에 대해 이 피고인은 “2000년부터 2002년 사이 수원실업극복센터에서 일할 때 이씨가 직원으로 있었고 그때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이 피고인의 진술 거부로 준비해온 신문 항목을 읽어내려간 검찰은 추가 신문에서 “이 피고인이 전쟁 위기에 동의하고 예비검속과 전쟁위기가 무관하지 않다고 하면서 국민들에게 전쟁위기를 알리는 홍보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 권역별 토론회에서는 선전전이나 홍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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