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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반말·욕설은 사라졌지만 엑스트라 처우개선 미약”

등록 2014-01-21 20:30수정 2014-01-22 09:19

문계순(59) 보조출연자 노조위원장
문계순(59) 보조출연자 노조위원장
[‘2013년 을들’ 지금 안녕하십니까]
⑦문계순 보조출연자 노조위원장

방송사 대기실 이용 자유로워져
임금명세서 세분화는 이행 안해
방송사 ‘계약 앞당기기 협상’ 실패
올해 최저임금 새해초 적용 안돼
“야외촬영땐 바람막이 좀 줬으면…”

“춥고 배고파요. 현장이 너무 추워요. 바람막이가 필요해요. 경남 합천 황매산 촬영장에서, <기황후> 찍으면서 덜덜덜….”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에도 ‘안녕들 하십니까?’ 게시판이 있었다. <한겨레> 취재진은 20일 서울 여의도 보조출연자노조 사무실에서, 곱은 손으로 적었을 듯한 ‘엑스트라’의 글과 마주했다. 그 옆에는 신문기사가 붙어 있었다. ‘<한국방송>(KBS) 직원 절반 이상이 억대 연봉’이라는 제목이었다.

엑스트라들의 겨울은 여전히 춥지만, 나아진 부분이 없진 않았다. 문계순(59) 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은 “기획사 반장들이 달라졌다”고 했다. <한겨레>가 지난해 9~10월 기획시리즈로 내보낸 ‘엑스트라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 보도 이후의 변화다. “<한겨레> 취재진이 잠입 취재를 한 뒤로 반장들이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한대요. 어떤 반장은 촬영장에서 ‘이제 노동조합이 필요한 때 아니냐. 보조출연자들이 노조에 힘을 실어주되 잘못한 거 있으면 질책도 하라’고 얘기하다 기획사에 혼이 나기도 했고요.”

반장들의 반말과 욕설도 거의 사라졌다. “예전엔 나이 안 가리고 ‘얘, 쟤’라고 불렀다면, 요즘은 ‘이모님, 형님 이리 오세요’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한 반장은 농담해놓고 ‘이거 성희롱 아닌가? 방금 말한 거 취소’라면서 입을 가리기도 하고.”

‘전시용’이나 다름없던 방송사 보조출연자 대기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방송은 기획사 반장의 신분증이나 확인 전화를 거쳐야 대기실을 이용할 수 있었던 기존 운영 지침을 바꿨다. 보조출연자노조 신분증을 보여주면 대기실에 들어갈 수 있다.

변화는 시작됐지만, ‘갑-을 구조’의 벽은 아직 높고 견고하다. 문 위원장은 “보조출연자는 을도 아니다. 방송계에서 갑을병정 중 정이다”라고 말했다. ‘방송사→외주제작사→용역·파견 기획사→보조출연자’의 틀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보조출연자 파견 기획사 대표 4명은 지난해 10월 <한겨레>가 마련한 좌담회에서 임금 명세서 세분화를 약속한 바 있다. 임금 명세서를 세분화하면 부당한 임금 지급을 막을 수 있지만, 기획사 4곳 중 2곳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아울러 성폭력 방지 교육을 약속했던 기획사 4곳 중 2곳만이 지난해 말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벌였다.

특히 방송사의 개선 의지는 미약하다. 지상파 방송 3사 드라마 책임자들은 지난해 11월 모여, 매년 4월마다 기획사들과 용역계약을 갱신하던 관행을 깨고 올해치 계약을 지난해 말까지 마치기로 합의했었다. 보조출연자들에게 연초부터 올해치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 협상을 벌인 기획사와 방송사는 보조출연자 퇴직 적립금 지급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

문 위원장은 “보조출연자들의 노동 처우가 한번에 좋아질 수는 없다”면서도 아쉬워했다. “그래도 4~5년 전에 비하면 노조 가입자들이 늘면서 노조 사무실도 넓어졌어요. 겨울철 야외 촬영장에서 떨고 있을 보조출연자들을 위해 바람이라도 막아줄 간이 휴게실이 생기는 게 꿈이에요.” 문화체육관광부는 보조출연자들이 산간지역 촬영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이 휴게시설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위원장 스스로는 고소·고발 때문에 별로 안녕하지 않다. 그는 지난해 12월24일 성탄절 전야에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받았다. 지난해 7월 노조가 방송 3사에 보낸 공문이 빌미가 됐다. “ㅌ기획사가 위장 계열사를 차려 불법 하도급을 줬다”는 내용이었다. ㅌ기획사는 노조의 문 위원장과 이규석 사무국장을 명예훼손·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2012년 4월 드라마 <각시탈> 촬영 차량 전복 사고로 보조출연자 박희석씨가 사망해 책임 논란이 일자 당시 보조출연자를 동원했던 ㅌ기획사는 8개월 뒤 또다른 ㅌ기획사를 차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ㅌ기획사의 이사가 또다른 ㅌ기획사의 대표를 겸직했고, 두 업체는 같은 사무실을 이용했다. 두 기획사 가운데 한 곳은 지난해 9월30일 폐업 처리됐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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