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등 재판 증인 출석
“9년 전 정식 가입 뒤 세포모임 가져
질병·경제난·조직방침 실망 겹쳐
국정원 협력자로 돌아섰다” 진술
“9년 전 정식 가입 뒤 세포모임 가져
질병·경제난·조직방침 실망 겹쳐
국정원 협력자로 돌아섰다” 진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공판에서 국가정보원에 제보한 이른바 ‘협력자’가 자신은 ‘아르오(RO·혁명조직) 조직원’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이 아르오라는 조직의 실체 규명에 나섰으나, 협력자 진술 말고는 북한과의 연계성 등을 입증할 자료를 따로 제시하지 못했다.
21일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아무개(46)씨는 아르오 가입 경위, 활동, 북한과의 관련성 등을 묻는 검찰 질문에 ‘아르오에 가입해 활동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4년 말 당시 나의 지휘성원이었던 도아무개씨가 수련회에 같이 간 자리에서 조직명(조직원 이름)으로 ‘남○○’을 부여받고 정식으로 가입했으며, 그때 아르오라는 이름을 들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의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씨는 “1990년대부터 주체사상을 공부해오다 2003년 채아무개씨로부터 서울 북한산에서 ‘우리의 수(首)가 누구인가’, ‘나의 주체성은 무엇인가’ 질문을 받고 ‘김일성’, ‘혁명가’라고 답하는 의식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에 지금은 녹색당에서 활동한다는 도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씨와 함께 20여년 지역에서 있으면서 함께 산행 등을 했지만 아르오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씨는 “그 무렵 미군 장갑차로 여중생이 숨진 사건의 대책위 사무국장이어서 등산은커녕 수원에도 가지 못할 만큼 바빴다”고 말했다.
조직 가입 이후 이씨는 이번에 구속 기소된 한동근·홍순석씨 등과 함께 “북한 원전과 영화 등을 보면서 아르오 조직의 세포모임을 갖고 평택 대추리와 쌍용자동차 노사분규 문제에서 활동해왔다”고 말했다.
아르오의 북한과의 연계성을 묻는 검찰 질문에 이씨는 “도씨로부터 조직명을 받았는데, 그 이름이 북한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대답했다.
검찰이 ‘아르오 총책이 이석기 의원이고 아르오는 4개 지역조직과 개별조직으로 구성됐느냐’고 묻자, 이씨는 “문서로 증거를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조직원으로 있으면서 이렇게 됐겠구나 생각했다. 왕재산 사건이 터졌을 때 ‘거기는 중앙위가 없는 조직이잖아’라는 말을 듣고, 아르오에는 중앙위원회가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국정원 협력자로 돌아선 이유에는 “당뇨로 몸이 아프고 집안이 어려운 상태에서 무상급식 전국화를 위해 한나라당을 점거하라는 말이 있었다. 실행되지 않았지만, 조직원을 이렇게 테스트하는구나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이어진 증인 심문에서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내란음모 의혹을 사고 있는 5월12일 모임 등에 대해서도 집중 심문을 했다. 이씨는 5월12일 토론 당시 분위기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웃으면서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에 이어 22일에는 변호인단의 반대 심문, 25일 대질 심문이 예정돼 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