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설립 취소를 통보한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교조의 취소 항의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du555@hani.co.kr
비노조 교사들 “해직자 포함 이유로 법외노조화 이해 안돼”
참교육 위축 등 우려…일각선 “전교조 가입하겠다” 반발도
참교육 위축 등 우려…일각선 “전교조 가입하겠다” 반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우려하는 건 전교조 조합원들뿐만이 아니다.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은 교사들도 학교 현장의 퇴행과 혼란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전교조에 노조설립 취소를 통보한 24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전교조 소속이 아닌 교사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행태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당 해고자들의 복직에 힘쓰는 게 노조의 구실 중 하나인데, 해고자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여러 사안에서 전교조와 대척점에 서 있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소속으로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37) 교사는 “전교조와 정치적인 성향은 다르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9명밖에 안 되는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빼라는 정부의 시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조 설립을 취소하는 것은 지나치다. 해고자를 보호해야 할 노조에, 해고자를 버리라고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29)도 “해고자 가입을 빌미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지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리한 조처에 대한 반발로 전교조에 가입하겠다는 교사도 있었다.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남아무개(28) 교사는 “해직교사는 교육자로서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다가 안 좋은 일을 당했다. 그것만으로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이제부터 오히려 조합비 내고 전교조에 가입해야겠다”고 말했다.
전교조 소속이 아닌 교사들 사이에서도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로 교육 현장에서 ‘참교육’ 실천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이아무개(28) 교사는 “전교조가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 등 학생들을 위한 참교육 운동을 실천하면서 다른 교사들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으로 잘 활동해 왔는데, 노조 권한이 박탈되면서 이런 활동도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장도 “전교조의 활동으로 학교 현장의 부정과 부패가 많이 정화됐다. 과거에는 교장이 독단적으로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결정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못한다. 법외노조 지정으로 이들의 활동도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교조 설립 취소 통보는 정권 차원의 노동탄압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전북의 한 중학교 교사인 고아무개(33)씨는 “전교조의 힘을 빼기 위해 이명박 정권 초기에도 일제고사 거부를 이유로 전교조를 탄압했다. 그 방법이 통하지 않자, 박근혜 정부에서는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구실로 전교조의 노조 권한을 빼앗은 것이다. 정권 차원의 노동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의 성아무개(27) 교사도 “수만명이 가입한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려고 해고자 9명을 핑계 삼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정부와 성격이 맞지 않는 단체를 정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교조와 교총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38)는 “해고된 교사들이 부당하게 해고된 경우가 많은데, 그걸 빌미 삼아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노동 후진국임을 자임하면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교사의 노조 가입 자체를 문제 삼는 그릇된 인식이 박근혜 정부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욱 김효실 김효진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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