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원 조사 여부 아직 확정안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0일 “검찰은 ‘정치’를 하지 말고 ‘수사’를 하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은, 검찰이 ‘초본으로 보이는 대화록이 삭제됐다’며 설익은 중간수사 내용을 선뜻 공개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검찰은 지난 2일 언론 브리핑 자리에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 청와대 이지원을 복제한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됐다가 복구한 대화록과 또 다른 완성본이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불씨를 지폈다. 대화록 삭제 주체와 시점, 경위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이후 ‘삭제’ 배경을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삭제 배경과 관련해 검찰은 봉하 이지원의 로그 기록을 통해 대화록 이관에 관여한 사람이 누군지 등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기록관리 담당자들을 직접 불러 얘기를 듣고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한 뒤에 명확하게 가려질 사안인데, 이들에 대한 조사가 없는 상태에서 ‘삭제’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이 봉하 이지원에서 확인한 두 형태의 대화록 성격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혼란을 더 부추겼다. 검찰은 애초 ‘삭제·복구한 건 초안, 발견된 건 완성본’이라고 했다가 곧 ‘현재 단계에선 성격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초안이 완성본에 가깝다’고 또 말을 바꿨다.
김경수 전 대통령 연설기획비서관은 지난 9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초안은 국정원 녹취록을 처음 푼 것이고 완성본은 이를 가다듬은 것으로 중복 문서이기 때문에 초안은 대통령기록관 이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초안과 완성본이 왜 그런 것인지 나중에 설명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녹음을 푼 뒤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아서 나중에 결재가 끝난 게 완성본이다. 검찰이 초안을 그 자체로 완성본이라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고,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등 참여정부 기록물 관리를 담당한 인사들을 불러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초안과 완성본의 성격은 무엇인지, 어떤 의도로 초안을 수정한 것인지 등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진행중인 봉하 이지원 열람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이달 말까지 참여정부 인사들을 계속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문 의원에 대한 조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문 의원이 자신을 조사하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따로 할 말이 없다. 진술이 아니라 과학적 입증을 통해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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