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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채동욱 총장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았다”

등록 2013-09-30 11:50수정 2013-09-30 15:31

오늘 오전 대검찰청서 퇴임식…부인과 딸도 참석
<조선일보>가 제기한 ‘혼외자녀 의혹’ 보도와 박근혜 정부의 사퇴 압박으로 30일 퇴임식을 한 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검찰 총장이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보도와 이를 빌미로 사퇴를 압박한 박근혜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무거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으며 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채 총장의 부인과 딸도 이날 퇴임식에 함께 했다. 채 총장은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 준 작은 딸,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채 총장의 퇴임은 지난 4월4일 제39대 검찰총작직에 오른 지 180일만이며, 지난 13일 법무부의 진상규명 착수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한 때로부터 17일만이다.

그는 검찰의 독립성과 관련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핵심가치이며,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며 “약자에게는 더욱 배려하고 겸손하면서도, 강자에게는 태산같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직무를 수행하면서 역지사지를 생활화하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과 정의를 바로세우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자기헌신적 용기를 발휘하여야 한다”며 “그럴 때만이 비로소 국민들께서 검찰을 믿어주고 박수를 보내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한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만이 검찰의 살 길이며, 그것이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이라고 믿었다”며 “무엇이 올바른 결정인지 밤새워 고민하기도 했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정의를 향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써 왔다”고 회상했다. 온라인뉴스팀

다음은 채 총장의 퇴임사 전문이다.

<퇴임사>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이제 검찰총장 채동욱으로서 여러분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지난 25년여 동안, 숱한 시련도 겪었지만, 불의에 맞서 싸우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보람 속에서 의연하게 검사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여섯 달 전,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저 스스로 방파제가 되어 외부의 모든 압력과 유혹을 막아내겠다는 약속도 드렸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어떤 사건에서든 수사검사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했으며, 옳다고 믿는 의견은 반

드시 지켜주는 것이 저의 역할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한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만이 검찰의 살 길이며, 그것이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이라고 믿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검사 채동욱은 행복했습니다.

크고 작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내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범죄척결과 인권보호에 헌신한다는 긍지를 가졌고, 서민을 위하고 약자를 배려한다는 보람을 느껴왔습니다.

모든 사건에서 정답을 찾아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지만, 법과 원칙을 버리고 불의와 타협한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무엇이 올바른 결정인지 밤새워 고민하기도 했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정의를 향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써 왔습니다.

검찰총장의 막중한 소임을 부여받아, 반드시 이루고자 했던 꿈이 있었습니다.

불편부당하고 공정한 검찰, 정치적으로 중립된 검찰, 실력 있고 전문화된 검찰, 청렴하고 겸허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고자 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라고 확신했고,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확립된 대한민국, 부정과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 인권이 살아 숨 쉬는 나라를 앞당기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검찰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 개혁’도 순조롭게 추진되었습니다.

검찰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냉철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기존의 제도와 문화, 의식을 바꾸어나갔습니다.

많은 국민들도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한동안 거두었던 믿음을 조금씩 되돌려주셨습니다.

이 모든 성과가 가능하도록 검찰에 힘을 보태주신 국민 여러분과, 여러모로 부족한 제게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검찰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거운 검찰총장의 직을 내려놓으며,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 딸, 너무나 고맙습니다.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전국의 검찰가족 여러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핵심가치이며,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약자에게는 더욱 배려하고 겸손하면서도, 강자에게는 태산같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직무를 수행하면서 역지사지를 생활화하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과 정의를 바로세우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자기헌신적 용기를 발휘하여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비로소 국민들께서 검찰을 믿어주고 박수를 보내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지난 4월, 저는 이 자리에서 충무공의 비장한 심경을 언급하였고, 검찰총장의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는 이 순간 공(公)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립니다.

검사 채동욱은 비록 여러분 곁을 떠나가지만, 우리의 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검찰의 용기, 검찰가족의 단합과 긍지는 변함없이 지속되리라 믿습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날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의연하게 나아가면, 반드시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검찰가족 여러분!

검찰총장 채동욱은 여기서 인사를 고하지만, 이제 인간 채동욱으로서 여러분과 영원히 함께 하겠습니다.

새로운 검찰을 꿈꾸며 여러분과 함께 걸어왔던 시간들을 가슴 벅찬 기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검찰가족 모두의 끊임없는 정진을 기대하며, 언제 어디서든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할 것입니다.

‘낙엽귀근’(落葉歸根) 떨어질 낙(落), 잎사귀 엽(葉), 돌아갈 귀(歸), 뿌리 근(根)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낙엽은 지지만 낙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2013년 9월 30일

검찰총장 채동욱(蔡東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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