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 “청와대와 법무부가 조율한 듯”
법무부가 27일 채동욱(54)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한 것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에 따라 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도록 ‘출구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며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미뤘던 청와대가 검찰총장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의 건의라는 모양새를 갖춰 사태를 매듭지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황 장관이 법무부 감찰관실을 동원해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개입한 목적은 채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려는 의도였다는 게 대체적인 검찰 내부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강제조사 권한이 없는 법무부 감찰은 진상을 규명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만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상황에서 채 총장은 감찰 거부 태도를 분명히 했고, 혼외 아들로 보도된 채아무개군과 어머니 임아무개씨의 협조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감찰에 나선 검사들도 마땅히 조사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로선 ‘선 진상규명, 후 사표수리’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법무부 감찰로는 혼외 아들 여부가 맞는지 규명할 방법이 없자 사표를 수리할 명분을 찾고자 ‘진상규명 결과 의혹 충분 → 황 장관의 사표수리 건의’라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사표 수리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너무 짜고 하는 티가 나기 때문에 곧장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채 총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이날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하며 감찰로 전환할 뜻이 없다고 밝힌 것은 법무부의 진상조사 착수가 채 총장한테서 사표를 받기 위한 의도였다는 의혹을 뒷받침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 발표대로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인정할 만한 진술과 정황 자료를 확보했다면 감찰로 전환하는 게 정상인데 정작 감찰은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감찰로 (채 총장을) 몰아낸 걸로 볼 수 있다. 채 총장이 잘했든 못했든 본질은 채 총장이 마음에 안 드니까 사생활을 들춰내 몰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가 순수하게 검찰의 명예를 위해 논란을 종식시키려고 했다면 오늘 진상규명 결과처럼 발표하면 안 된다. ‘당사자 협조가 없어 감찰이 무의미하며 검찰총장의 공백이 길어지면 곤란하니 사표를 수리해달라’고 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채 총장에 대한 흠집내기다. 결국 청와대의 출구전략인데 법률가란 사람들이 증거도 없이 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정필 김원철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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